불륜 상대인 여성에게 억 단위 현금과 선물은 물론 수억 원 대 아파트까지 사줬던 남성이 소송을 통해 아파트 값의 절반을 돌려받게 됐다.
서울고법 가사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A씨(54)가 B(36·여)씨를 상대로 낸 약혼해제를 원인으로 하는 원상회복 청구 소송 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1억7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아내와 별거 중이던 A씨는 2008년 유흥주점에서 18살 연하의 B씨를 만나 사귀게 됐다. A씨는 수년간 B씨에게 현금 1억2000만원을 건네고 고급 승용차와 옷,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사줬으며 전세보증금으로 4000만원을 주기도 했다.
그러다 일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되자 B씨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해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해주고 B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헤어졌고 A씨는 만남을 거부당했다. A씨는 관계를 B씨 부모에게 알리겠다면서 아파트 구입대금의 절반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B씨는 '아파트를 처분해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B씨는 1년여 뒤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이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아내와 이혼한 A씨는 "B씨와 묵시적으로 약혼이 성립했고 혼인을 전제로 아파트를 사줬는데,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하고 다른 남자와 혼인해 약혼이 해제됐다. 원상회복으로 아파트 매수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아파트를 사줄 당시 본처와 법률혼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고 두 사람이 손님과 유흥주점 접객원으로 만났으며 많은 나이 차를 보면 혼인을 조건으로 아파트를 사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항소하면서 예비적 청구로 "결별 후 아파트 구입대금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거듭 말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불륜 관계를 맺을 목적으로 준 돈은 불법행위에 따른 급여이므로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맞섰다.
항소심은 A씨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여 B씨가 아파트 구입대금 절반을 돌려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여러 차례 구입대금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있고 불법행위에 따라 건넨 돈이라도 그 반환 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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