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대기업이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한 대학 장학생들을 경쟁사 채용시험일에 맞춰 소집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른 기업 취업을 방해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회사측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받은 장학금을 반환해야 해 사실상 반강제 소집이라는 것이 장학생들의 불만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의도적인 소집이 아니라 계획된 일정일 뿐이란 입장이다.
■장학생 소집해서 영화관, 롯데월드…
14일 파이낸셜뉴스가 확보한 자료 및 장학생 등의 말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매년 대학 4학년 재학생 중에서 장학생을 선발, 졸업과 함께 전원 채용전환해주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수당 100여명이 선발돼 80%가 입사한다고 LG디스플레이는 전했다. 이 기업의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매달 100만원 가량씩 총 1000만원의 장학금과 채용 보장 등 혜택이 주어진다. 중도에 장학생에서 탈락이나 포기할 경우 받은 장학금을 반환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에 입사한 뒤에는 2년 동안 이직할 수 없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한달간 3차례에 걸쳐 장학생을 소집했다. 소집된 날짜는 현대자동차(9일), 삼성전자(18일), SK그룹(25일)의 채용시험이 진행된 날이다. 사측은 해당일에 영화관, 롯데월드, 1박 2일 여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한 장학생 중에는 다른 경쟁사의 서류 전형에 합격하고도 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장학생들은 전했다. 학생들은 "일부 장학금과 채용보장을 족쇄로 기업이 자유로운 취업 기회를 막고 있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한 장학생은 "회사측은 2학기 시작 후 10월에만 유독 장학생 전원이 강제로 참석토록 했다"며 "이 회사는 다른 경쟁사 취직을 막기 위해 과거부터 매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다른 장학생은 "다른 회사의 시험일과 겹쳐 소집에 불참할 경우 장학생에서 탈락되고 그러면 받은 장학금을 되돌려줘야 해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장학생이라는 허울 때문에 다른 기업에 지원할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학생 출신으로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박모씨(26)는 "공과대 같은 경우 다양한 기업에 지원할 기회가 있지만 장학생으로 선발돼 입사하면 2년 동안은 회사를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다"며 "동기 가운데는 장학금을 다 써버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다른 기업 지원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계획된 일정 진행한 것, 싫으면 장학생 포기해야"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 매달 계획된 일정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회사 측은 1년 동안 학생을 직원으로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측 일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장학생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LG디스플레이의 이같은 행위는 관련법상 취업방해 금지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40조에는 취업방해 금지 조항이 있지만 해당 조항 적용은 신분이 '근로자'이고 법적으로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그러나 "장학생은 근로자가 아닌데다 프로그램 시행 날짜 선정을 두고 의도적으로 취업을 방해했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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