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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설립하고 재력가 행세한 일당 검거

위조 통장을 이용해 수천억원대 자산가 행세를 하며 영세 업체들을 꾀어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이모씨(47)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씨(51)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1월 투자회사를 빙자한 유령회사를 설립, 김씨 등을 임직원으로 두고 같은 해 6월부터 지난 9월까지 업체 20곳에 투자 형식으로 대출해주거나 사업권을 준다고 속여 보증금 명목으로 1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주범인 이씨는 "아들이 큰 자산가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수천억원대 재산을 물려받게 돼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영세한 건설업체나 철거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었다.

이씨 일당은 유령회사 명의로 된 통장을 맨 뒷면부터 정리한 뒤 양면테이프로 붙여 정리된 내역이 눈에 보이지 않게 했다. 이어 앞면에는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이 입금된 것처럼 내역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보여줬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350억원을 투자 형식으로 대출해주겠다"거나 "경기도의 대형 빌딩을 인수할 예정인데 철거권을 주겠다"며 보증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가로챘다.

피해자들에게 재력가임을 과시한 이씨는 실제로는 가진 돈이 없어 동생 집에 얹혀 생활하는 처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확인한 유령회사 명의 통장 2개의 실제 잔고는 2원과 5만6000원에 불과했다.

이들 일당은 철거권을 준다는 말에 찾아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받는가 하면, 법무법인을 찾아가 위조된 통장을 보여주고 변호사 확인서까지 발급받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령회사 명의 통장 내역을 분석해 추가 피해자와 공범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거액이 찍힌 통장을 보여주며 재력을 과시하고 투자와 관련한 돈을 요구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