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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양당체제 깨져…30대 리더 신생당 돌풍

스페인의 양당체제가 30여년 만에 깨졌다. 신생정당의 30대 젊은 리더들이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재정긴축에 따른 복지 축소 등에 국민들은 실망했고 기존 정치인의 부정부패에 불신도 커졌기 때문이다. 다당체제로 전환되는 스페인은 연립정부 구성이 불투명해 정치적 불안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가 누구 될지도 알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중인 재정긴축 등 경제개혁 정책의 향방도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페인 이날 치러진 총선거의 최종 개표 결과 국민당(PP)과 사회노동당(PSOE)의 양당체제가 3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성향 포데모스가 69석(득표율 20.6%), 중도우파 성향 시우다다노스(시민들이라는 뜻)가 40석(13.9%)을 확보했다. 둘 다 신생정당이다. 당 대표들도 30대 젊은 리더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1년 구제금융이후 복지 축소, 재정긴축과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분노하라" 를 주도한 정당들이다.

반면 집권당인 보수우파 국민당(PP)은 121석을 확보해 제1당의 지위를 지켜냈지만, 과반의석 유지에는 실패했다. 지난 2011년 총선시 186석을 확보한 바 있다. 득표율도 28.7%로 2011년 45%보다 크게 떨어졌다. 하원 총 의석수는 350석이다. 사회당도 92석(득표율 22%)을 확보해 제2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회당은 지난 2011년 총선때(110석)보다 의석수를 많이 잃었다.

이번 스페인 총선거에선 반긴축을 앞세운 신생정당의 돌풍이었다. 포데모스는 득표율(20.6%)이 양당체제로 기득권을 갖고 있던 국민당, 사회당과 비슷했다. 4개 정당이 20%대 비슷한 득표율로 경쟁하는 구도는 스페인 역사상 처음이다.

포데모스는 '분노하라' 시위 지도자들이 뭉쳐서 지난 1월 출범한 정당이다. 당대표를 맡고 있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올해 37살이다. 말총머리에 셔츠, 청바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당시 마드리드의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서 반긴축을 요구한 시위 주동자 중 한 명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도 좌파연합의 정치적 동지다.

제4당으로 중앙 정치권에 입성한 시우다다노스의 알베르트 리베라 대표도 36세다. 리베라는 28세때인 2006년 시우다다노스를 창당, 분리독립에 나선 카탈루냐주 정부 의회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리베라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기 위해 나체 사진을 내건 파격적인 선거 포스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포데모스와 달리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적정책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구제금융 이후 재정긴축이 진행중인 스페인은 정치적 불안이 예상된다. 과반의석 연립정부 구성부터 쉽지않아 보인다. 제1당인 국민당은 과반의석을 위해 사회당 또는 포데모스와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반긴축 성향의 사회당, 포데모스는 국민당과 '같은 길'을 가기가 어렵다. 포데모스는 기존 양당(국민당, 사회당)과 연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당이 중도우파 시우다노스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래도 두 정당의 의석수(161석)는 과반에 못미친다. 시우다노스는 "양당체제의 국정 운영으로는 변화가 어렵다"며 국민당 정권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국민당과의 연립정권에 부정적이다.

과반의석 연립정부 출범이 어려울 경우 소수정부 구성도 예상된다. 이또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싱크탱크 오픈유럽의 빈센조 스카페타 연구원은 "지금으로선 과반이상 연립정부 구성이 불분명하다. 소수정부라도 구성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재선거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유럽이사회 대외관계연구소의 호세 이그나시오 토레블랑카 연구원은 "안정된 정부가 출범될 확률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스페인은 30여년간 국민당-사회당의 양당체제가 확고했다. 지난 1975년 프랑코 총통 사망후 민주화를 거쳐 중도 우파 국민당과 중도 좌파 사회당이 권력을 나눠가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당시 집권한 사회당은 2011년 국민당에게 정권을 내주었다. 당시 국민당은 총선에서 압승, 과반의석 이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7월 구제 금융을 받아들인 이후 긴축 재정, 복지 축소가 이어졌다. 정치인 비리 스캔들도 잇따랐고 국민들은 정치권에 크게 실망했다. 다만 국민당 정권은 1년 반에 구제금융 관리에서 졸업했다. 경제도 좋아졌다. 3·4분기 스페인의 실업률은 21.2%로 지난해 25%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떨어졌다.
관광산업이 살아나면서 지난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4%로 2008년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스페인 경제성장률은 3.1%로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0월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렸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