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소국들이 관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들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인트 키츠네비스와 도미니카, 그레나다, 앤티가 바부다 등 작은 섬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 은행들이 이곳에 대한 대출을 위험한 것으로 보고 꺼리면서 관광 붐에 필요한 건설 투자가 줄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면서 투자자들에게 국적까지 부여하는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홍보에 중국과 러시아, 미국, 중동국가의 부유층들은 현지 부동산 구입을 위해 최소 20만달러(약 2억3400만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힐튼과 하얏트 등 대형 호텔 체인들의 리조트 건설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저널은 전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둔 자산운용업체 에이펙스캐피털파트너스는 올해 카리브해 국가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 약 2000여명으로 5년전에 비해 2배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자들의 경우 국적 취득으로 본국에 내야하는 세금 보다 훨씬 적게 납부하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리브해 국가들이 유치한 투자 규모에 대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국적취득이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인 일부가 투자를 통해 세인트키츠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은 이처럼 투자자들 중에는 여행 제한에 묶여 있는 국가의 시민들도 있다며 이들은 카리브해 국가 국적을 취득하면서 유럽에는 무비자로로 입국하는 등 세계 100여개국으로의 여행이 자유로와졌다고 보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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