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합헌이지만 화학적 거세기간을 15년까지로 정한 것은 헌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성도착증 환자인 성범죄자가 재범의 우려가 있는 경우 강제로 약물치료명령(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한 법률에 대해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현행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은 '성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된 19세 이상의 사람'에 대해 검사가 약물치료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화학적 거세' 조항이 성범죄 재범을 막고 성범죄자의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등 정당한 입법목적이 있고, 화학적 거세라고 해도 남성 호르몬 생성과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어서 언제든지 회복이 가능한 것인 만큼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전문의 감정을 통해 성도착증 환자로 재범 우려가 큰 경우에만 청구되는 만큼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는 약물치료 청구가 있는 경우 15년의 범위 내에서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같은 법률 제8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5(헌법불합치) 대 4(위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지나치게 장기형이 선고될 경우 치료명령 선고시점,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존재하는데다, 장기간 수감과정에서 집행필요성이 없어지는 상황도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화학적 거세판결을 사후에 수정할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에 대해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재판관은 '입법목적은 정당하지만 재범 억제효과가 불분명하다'면서 막연한 추정으로 공익을 인정할 수 없고 치료대상자의 신체적 정신적 훼손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위헌의견을 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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