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고리타분하다', '융통성없다', '촌스럽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중장년층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 직장에서 과장 또는 부장급인 중장년층들은 드라마속 꽃중년처럼 지저분하게 헝클어졌던 머리를 세련되게 스타일링하고, 헐렁했던 정장은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정장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시계나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처럼 꽃중년 열풍이 불면서 '노무족(NoMU)', '루비족(RUBY)' 등으로 불리는 중년층은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안과 병·의원에서 노안수술 건수가 급증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맥이 닿아 있다. 두꺼운 안경만 벗어도 외관상 나이가 3~5살은 어려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최근엔 중장년층에서 자주 발병하는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치료하는 수술법이 개발돼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요즘 중·장년층은 백내장이나 노안을 단순히 노화로 인해 생기는 질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전 세대보다 이들 질환을 극복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하다. 이로 인해 백내장과 노안을 함께 치료하는 다초점인공수정체삽입술(일명 노안렌즈삽입술)은 나이를 극복하는 회춘수술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눈은 신체 부분 중 노화가 가장 빨리 일어나는 기관 중 하나다. 왜냐하면 40살이 넘어가면서부터 노안이 시작되고 일단 시작되면 한해가 다르게 급격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모양체의 기능이 감소해 원거리에서 근거리로의 초점 변경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문제는 노안은 늘 백내장과 같이 진행한다는 점이다. 노안과 증상이 비슷해 자주 헷갈리는 백내장은 눈 속의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질병이다. 백내장은 '40-50-60' 법칙이 적용된다. 40대면 대략 40%에서 백내장이 시작하며 50대는 절반 정도는 백내장이 있다는 의미다. 나이에 비해 노안이 빨리오거나 심해졌다고 느껴지면 백내장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평소보다 시력이 떨어지며, 특히 어두운 곳보다 밝은 곳에서 시력이 심하게 저하된다. 백내장이 부분적으로 발병하면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가까운 곳이 더 잘 보여 돋보기를 벗는 경우도 있다.
점점 더 침침해 보이지 않고 안경을 아무리 바꿔도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에 노안수술을 고려하지만 부작용도 걱정되고 안전한 수술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명동 밝은세상안과 이인식 원장은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다초점인공수정체(multifocal IOL)삽입술"이라며 "이 시술은 국소마취 후 수술현미경을 이용해 혼탁이 생긴 수정체를 제거하고 노안교정용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수술 기법인 초음파유화술로 2.8~3㎜ 크기의 작은 절개창을 낸 뒤 수술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다초점인공수정체의 발전도 최근 시술 건수가 늘고 있는 이유다. 기존 노안렌즈의 단점을 보완한 레스토(Restor)렌즈, 테크니스(Technis)렌즈, 리사(Lisa)렌즈 등은 수술 후 근거리시력은 물론 평상시 시력과 중간시력도 개선한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 백내장수술보다 비용이 5~10배 비싼 게 흠이다.
모든 눈이 다초점노안렌즈 시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난시가 심하거나, 망막 또는 황반부 변성이 있어 좋은 시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땐 오히려 단초점 백내장수술이 유리하고 안정적인 결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수술 전 충분한 검사와 상담을 받은 뒤 수술을 결정하는 게 좋다. 이인식 원장은 "20대나 30대의 눈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겠지만 이런 과도한 욕심과 기대만 버린다면 만족스러운 수술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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