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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내 메신저로 집적댄 팀장..회사도 배상책임"

대기업 사원 A씨(여)는 유부남 팀장 B씨가 '개인적으로 만나자'며 보내는 e메일과 사내 메신저로 괴로워 했다.

B팀장의 제안에 따라 둘이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고 팀장이 차로 집까지 바래다주기도 했다. 미혼인 A씨는 만남 제안을 수차례 거절했으나 '강릉에 놀러가자' '청소를 해주러 가겠다' '오일 전신마사지를 해줄 수 있다'는 말들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1년 가까이 이어졌다. A씨는 외부기관에서 심리상담도 받았다.

■지속적으로 "놀러가자, 사랑한다.."

참다 못한 A씨는 "이런 상황이 좀 불편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일 열심히 할테니 평범한 팀장과 아랫사람 관계로 지내고 싶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B 팀장에게서 돌아온 답은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것 같고 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걱정을 한다"는 것이었다.

B 팀장은 이후에도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팀 회식자리에서 A씨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식자리를 뛰쳐나온 A씨는 회사에 성희롱 신고를 했고 B 팀장은 보직해임과 정직 14일 징계처분을 받았다. 수개월 후 A씨는 그간 하던 전문업무가 아닌 일반적인 공통업무를 맡게 됐다. A씨는 B 팀장과 회사 R사를 상대로 "정신적인 손해 등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B 팀장의 성희롱은 회사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팀장만 A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10부(김인욱 부장판사)는 회사 책임을 묻지 않은 원심을 깨고 "R사는 A씨에게 총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같은 직장 내 성희롱이 회사 업무와도 관련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B 팀장의 언동이 사내메신저를 통해서나 개인적인 주말 산행, 퇴근 후 술자리, 차량 동승 상태, 사무실·사내 카페·회식 자리에서 있었다"며 "업무수행 사이에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사용자인 회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포괄적 업무 연관성, 사용자 책임"

재판부는 또 팀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30분 정도 밖에 이뤄지지 않았고 가해자인 B 팀장이 교육을 주관하며 강사를 맡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문업무에서 A씨를 배제한 회사 조치 역시 위법하다며 정신적 손해와 함께 위자료 7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인사팀 직원에 대한 회사 책임도 물었다. 재판부는 "성희롱 사건을 조사한 인사팀 직원이 직장 동료들에게 '피해자도 성격이 보통 아니더라,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등 발언을 했는데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어도 이미 사건이 회사 내에서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며 "회사가 직원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않은만큼 300만원을 물어주라"고 덧붙였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