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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시 존폐논쟁이 뜨악한 이유

[데스크 칼럼] 사시 존폐논쟁이 뜨악한 이유

2011년 3월 신임 사법연수원생(42기) 절반이 연수원 입소를 거부하고 41, 42기 연수원생들은 집단 성명을 냈다. 법무부가 로스쿨생을 대상으로 면접과 로스쿨 원장 추천을 통해 예비검사를 선발하겠다고 밝히자 법무부 방침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2015년 12월 법무부가 사법고시 폐지 4년 유예입장을 발표하자 이번에는 로스쿨 학생들이 집단 자퇴서 제출, 변호사시험 거부를 선언하며 거리로 나섰고 사시 준비생들은 맞불을 놨다.

2017년 사시 폐지를 코앞에 두고 법무부의 느닷없는 입장 발표로 촉발된 사시 존치냐, 폐지냐를 둘러싼 갈등이 법조계·법학계의 극단적인 이전투구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사회적 갈등비용은 또 얼마나 큰가.

그나마 대법원이 관련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사법시험 존치 여부,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법조인 양성제도 관련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 법무부도 수용입장을 밝혔다. 내년 1월 초 변호사 시험 거부를 결의한 로스쿨생 상당수는 이를 철회해 양 극단의 마찰이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안한 협의체가 구성·운영돼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시와 로스쿨 양측이 이미 대척점에 각자의 진영을 구축했고 서로에 대한 해묵은 불신을 적나라하게 표출해 향후 협의체 운영과정에서 사생결단식 힘겨루기를 벌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 눈에 양질의 사법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질은 도외시한 채 밥그릇 챙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법률시장 경쟁 현실과 함께 뿌리 깊은 특권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빚에 쪼들린 변호사가 파산하고 관공서에서 6급, 7급 법률전문가를 뽑는 데 지원하는 변호사가 줄을 서는가 하면 대기업 대리로 입사하는 변호사가 낯선 풍경이 아닐 만큼 법률시장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 자격증 하나로 소수의 독점적인 경쟁체제를 보장받고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공존방식이 통하는 법률시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오래 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활로를 찾고 도태되면 짐을 싸야 하는 사회 각 분야 직역에서 법률직역이라고 언제까지 열외일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법조인=특권층'이라는 의식부터 없애야 다변화된 우리 사회에서 법조계도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왕왕 사시 존치의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는 '희망의 사다리'니 '개천의 용'이니 하는 말 속에 숨어 있는 뜻이 뭔가. 돈이 없는 사람도 사시를 통해 권력자의 하나인 법조인의 '희망'을 이루고 '용'이 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권력 지향논리다.


그러나 법은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사회 곳곳에서 규범과 행동을 정하고 다수가 공유하는 실생활이나 다름 없다. 보편적인 권리로서 법이 더 이상 소수의 권력으로 기능해서는 안 되는 시대다.

따라서 소수 법조인 '선발'을 위한 사시체계를 다양한 전공자 가운데 법조인을 '양성'하는 체계로 바꾸기 위해 2007년 로스쿨을 도입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사시폐지로 인한 사시 준비생들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10년간 유예한 마당에 법무부의 느닷없는 사시폐지 '4년 더' 유예에 더해 논쟁이 원점으로 돌아간 최근 상황이 뜨악한 것은 혼자만일까. 더불어 어느 분야보다 예측가능해야 하고 법적 안정성을 앞장서 보장해야 할 법무행정의 오락가락이란….

doo@fnnews.com 이두영 사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