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소매업자들이 '흡연은 스스로 구입한 질병'이라는 문구의 금연광고 영상을 내보낸 정부를 상대로 광고금지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용대 부장판사)는 담배 소매업자 김모씨 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기각했다고 12월 31일 밝혔다.
정부는 전달 중순쯤부터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후두암 1㎎ 주세요, 폐암 하나 주세요, 뇌졸중 2갑 주세요, 오늘도 당신이 스스로 구입한 질병, 흡연. 흡연은 질병입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또 이 영상을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흡연은 스스로 구입한 질병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그러자 김씨 등은 "이 광고는 담배를 피우면 반드시 후두암 폐암, 뇌졸중이 생긴다는 내용의 사실을 적시하는데, 흡연과 후두암 등 발병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나왔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담배소매인이 마치 질병을 파는 것처럼 표현해 담배소매업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판매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면서 "소비자가 물품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또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광고 문구는 흡연행위를 후두암 등과 동일시해 흡연이 발병 발현에 높은 정도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축약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흡연자를 상대로 흡연 자제를 권고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 그 자체로 담배소매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광고를 보고 일반 소비자가 담배를 피워 후두암 등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는 있어도, 담배를 파는 일이 불법적이라거나 부도덕하다는 취지로 이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설령 담배소매인들을 비방하는 취지가 문구에 담겼다고 해도 전국 담배소매인이 13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개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보기 어렵고, 영업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방해됐다는 점도 소명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흡연이 국민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교육·홍보할 의무를 부담하고 담배에 관한 광고 내용과 방법을 규제할 권한을 가진다"면서 "흡연과 후두암 등 발병 간에 법률적 의미의 인과관계는 인정되기 어렵더라도 역학적으로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같은 광고는 국민건강증진법 규정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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