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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인구절벽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1부-6) 학교·군대도 다운사이징

30년 전 교실은 '콩나물 시루'.. 지금은 한 반에 고작 20명선
2000년 초중고생 855만명..2015년 682만명으로 감소
학급당 인원수 10명 줄어.. 대학정원 축소 논의 가속
2014년 청년인구 38만명..정점이후 급격한 내리막
2025년 22만2000명 예상.. 로봇병사 현실화 될수도

1970~80년대 콩나물 시루처럼 학생들로 가득했던 초등학교 교실은 한 반에 70번까지 있었던 탓에 수업시간이 짧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 2부제 수업을 받았다. 때문에 현재의 40~50대에겐 초등학교 시절 오후반인 날에는 늦잠을 잘 수 있었던 것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요즘 초등학교 풍경은 다르다. 한 학급 학생 수는 많아야 30명이다. 2명씩 짝을 지어 빼곡히 앉아 수업을 들으며 티격태격하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디귿(ㄷ)자나 미음(ㅁ) 형태의 자유로운 책상 배열로 널찍하니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 정해진 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두루두루 어울릴 수 있는 자리배치다.

[신년기획 인구절벽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1부-6) 학교·군대도 다운사이징


30여년 전과 달리 학생 수가 줄어 널찍해진 교실 풍경과 학년별로 한두 반에 그치기도 할 만큼 줄어든 학급 수는 '인구절벽'에 직면한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대표적 단면이다. 한 나라의 교육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교육인구의 비율은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산업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한민국이 6.25전쟁을 겪으며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 경제권에 진입하고 국제원조 수여국에서 최초로 공여국이 된 데에는 교육의 힘이 가장 컸다. 하지만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머지않아 우리 사회가 거대한 '희망절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 35.8명→22.8명

10일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줄곧 감소세다. 15년 전인 지난 2000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평균 35.8명이었지만 10년이 지난 2010년 26.6명으로 줄더니 지난해 22.8명으로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중학교 학급당 인원도 2000년 38명에서 2010년 33.8명, 2015년 28.9명으로 감소했고 고등학교 역시 이 기간 42.7명에서 33.7명, 30명으로 감소했다. 초·중·고 모두 15년 만에 한 반 인원이 10명씩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교원 한 명이 맡아야 하는 학생 수도 이제는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15년 전인 2000년에는 초·중·고교 교원 한 명당 학생 수가 각각 28.7명, 20.1명, 19.9명으로 20명 안팎이었지만 지난해는 각각 14.9명, 14.3명, 13.2명으로 10명을 조금 넘는 정도다. 전체 초·중·고 학생 수가 2000년 855만명에서 2015년에는 682만명으로 15년 만에 170만명 이상 줄어서다.

당연히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 역시 줄면서 최근 대학교 정원을 줄이자는 논의는 대학가 핫 이슈가 됐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따라 각 대학들은 오는 2018학년도부터 정원을 최대 15%까지 줄여야 한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지방대나 지방전문대학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데다 오는 2023학년도에는 2013학년도보다 대학 입학생이 16만명이나 부족해진다. 특히 2030년에는 그 수가 더욱 줄어 현재의 절반에 달하는 대학이 존폐 위기에 처하고 30년 뒤 학령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교의 시설과 교육 인력이 점차 과잉공급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출산율은 줄지만 기대수명은 높아지는 인구변화를 감안해 재교육이나 평생교육, 연구중심 대학과 같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하고 과잉공급된 인력은 사회 커뮤니티 등 지역사회 활동에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현 세태를 진단했다.

[신년기획 인구절벽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1부-6) 학교·군대도 다운사이징


■"로봇이 전방 지킬 수도…"

학령인구의 급감은 입대자원 감소로 이어져 국가방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군대 규모와 군 복무기간(21개월)을 유지한다면 2022년부터 병력자원이 부족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징병대상이 지난해(33만1000명)에 비해 약 10만명이나 줄어든 23만3000명으로 급감한다는 것이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병력감축의 지연은 우리 군이 안고 있는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한 입대자원 감소는 대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대자원 감소는 우수 간부 선발에도 악영향을 미쳐 전투력 및 군의 신뢰도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관호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운영연구센터장은 "2014년 20세 청년 인구가 3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5년에는 22만2000명으로 격감해 현재보다 42% 줄어들 것"이라며 "저출산으로 인해 대학 정원 대비 학생 수가 적어 우수 간부의 확보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로봇과 군견이 극소수의 병력과 함께 최전방을 지키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전문가들은 초저출산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 군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시급히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인구절벽 현상에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군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밝힌 김종대 단장은 △유휴병력을 줄이는 인력구조 개선 △현대전에 맞지 않는 대량섬멸전 위주의 부대구조 개선 △병력이 과다소요되는 무기체계 조정을 위한 전력구조 개선 등이 이뤄져 간부 중심의 40만 미만의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상비 병력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버리고 동원예비군을 중심으로 하는 숙련된 예비전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연지안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