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연행 등 불법적인 체포상태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주모씨(55)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2부는 "임의동행을 거절하는 주씨의 팔을 잡아끌고 경찰서 교통조사계로 데려 간 것은 강제연행"이라면서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 역시 위법하기 때문에 음주측정불응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주씨는 2015년 5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다른 여성을 폭행한다는 혐의로 파출소 신세를 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주씨에게 파출소까지 동행해 줄 것(임의동행)을 요구했고 주씨도 일단 파출소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 피해여성이 '주씨가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주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고 주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무슨 음주측정이냐'며 요구를 거부했다.
파출소에서 해결을 보지 못하자 경찰관은 주씨를 경찰서로 넘겼고 주씨는 경찰서에서 다시 음주측정요구를 받게 됐다. 경찰은 경찰서 현관에서 주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강제로 교통조사계로 데려가 3회에 걸쳐 다시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씨는 더욱 완강하게 음주측정요구를 끝까지 거부했고 결국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주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항소심) 재판부는 임의동행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2심 법원은 경찰서 현관에 있는 주씨를 조사실까지 강제로 데려간 것은 불법적인 체포에 해당한다며, 그 이후에 작성된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나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 등은 적법절차에 따른 증거가 아니어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주씨가 언제든 자유롭게 이탈 또는 퇴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교통조사계에서의 음주측정요구 역시 위법하므로 음주측정불응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13일 법조계는 '임의동행은 경찰관서까지 함께 이동할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면서 '그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던 일선의 임의동행 관행에 쐐기를 박는 판결'이라고 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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