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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日 부품업체도 '중국삭풍'에 성장 꺾였다

車부품 이어 전자부품 4분기 수주 증가세 꺾여...
애플의 감산 여파도 커

잘 나가던 日 부품업체도 '중국삭풍'에 성장 꺾였다

엔화 약세(엔저)로 잘 나가던 일본 전자부품 업계의 성장세가 꺾였다. 중국 경제 둔화 때문이다. 자동차에 이어 일본 수출의 양대 기둥인 전자부품의 수주 둔화는 일본 경기의 하락 요인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일본 부품업체의 수주 불황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미국 금리인상 이후 엔저 기조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어 일본 수출기업의 '엔저 수혜'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에 교세라, TDK, 무라타제작소, 일본전산, 니토덴코, 알프스전기 등 6개 부품업체의 총 수주액이 1조400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3년간 이어간 두자릿수 증가세가 꺾였다. 수주액으로 보면 2014년 4·4분기 수준으로 높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지난 2012년 1·4~3·4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세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생산 위축과 세계 경제 둔화 때문이다.

지난해 3·4분기까지 일본 부품업체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핵심 부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중국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필수부품을 공급한다. 일본 기업이 특허를 갖고 독점공급하는 전자부품들이다. 스마트폰 및 자동차용 고기능성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 공급능력에다 엔화 약세로 가격경쟁력마저 높아진 일본 부품사들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중국 경기가 꺾이면서 부품 수요도 위축됐다. 교세라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6% 이상 감소했다. 중국의 고속 이동통신용 기지국 설치 등의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통신기지국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 수요도 덩달아 감소했다.

액정표시장치(LCD) 핵심부품인 편광필름 등을 만드는 니토덴코도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콘덴서 부품 세계 1위 업체인 무라타제작소는 같은 기간 한자릿수 후반의 성장에 그쳤다. 스마트폰 및 자동차 고기능화에 따른 부품 수요가 늘면서 무라타는 매년 20~30% 성장해왔다.

세계 최대 모터 생산업체인 일본전산도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의 아파트, 빌딩 등이 공급과잉이라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의 대기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에서 수천만대에 이르는 제품 재고가 쌓이고 있다. 판매가 회복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 감산도 일본 부품업체 수주에 타격을 주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에서 아이폰 6S 모델로 바뀐 보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판매가 20% 정도 줄었다"고 했다. 애플은 올해 1·4~3·4분기에 '아이폰6S' 모델을 감산할 것으로 전해진다. IHS글로벌의 미나미 가와 아키라 수석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용 부품 수요는 올여름 이후 애플의 신기종으로 증가할 것 같지만 기타 설비용 등은 올해도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부품 수주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2014년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수출액은 3조6908억엔으로 전체 수출의 5%를 차지했다. 자동차(14.9%)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자동차는 북미시장 수출과 신차 판매가 늘면서 회복세다. 그러나 전자부품 수출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