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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눈물 줄줄 … 구안와사 후유증, 초기 한방치료로 잡자

밥 먹다 눈물 줄줄 … 구안와사 후유증, 초기 한방치료로 잡자

칼바람이 부는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자 면역력 약화로 인한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가 발병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얼굴 한쪽이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을 경험한다.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여겨 치료를 미루지만 증상이 악화될 경우 눈물이 저절로 나거나 얼굴신경마비 증상의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안면신경장애 환자는 여성은 2009년 3만2383명에서 2013년 3만8171명으로 17.9%, 남성의 경우 2만4364명에서 2만8767명으로 18.1% 늘었다.

세부질환으로는 '벨마비'가 56.8%로 가장 많았다. 벨마비는 '편측성 안면신경마비'로 불리며 한방에서는 구안와사 또는 구안괘사를 의미한다.

구안와사는 얼굴 한쪽에 마비와 같은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안면신경은 7번째 뇌신경으로 대부분은 눈, 입 등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의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는 미각이나 청각 등을 조절해 안면신경마비질환을 앓는 환자는 눈이 감기지 않거나, 혀의 한쪽 감각이 둔하거나 청각이 과민해지는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어린이, 노인, 임산부 등 성별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게 특징으로 남성보다 여성 환자의 비율이 높다. 30대까지는 성별 차이가 미미하지만 40대부터 여성의 비율이 높아져 50대 이상에서는 여성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대표원장은 "감기나 과로에 따른 면역력 저하,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 안면부 신경에 자극이나 손상을 유발하는 대상포진바이러스 감염, 중이염, 내이염과 같은 염증, 수술 합병증, 외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 2~14%는 유전적 소인이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과도한 난방도 원인이 된다. 실내외 온도차가 크게 나 체온이 급격히 변하면 감기 등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안와사 치료의 핵심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다. 문 원장은 "발병 후 초기 2주 동안의 치료효과가 이후의 진행방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며 "초기 치료가 미흡하거나 증세가 심각할 경우 안면근 수축 및 마비,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근육이 움직이는 연합운동, 식사 중 눈물 흘림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증상은 가벼운 경우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심할 땐 후유증이 남는다. 한방치료는 회복 기간을 앞당기고 후유증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증상이 경미하면 1~3개월 안에 치료 가능하며, 회복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치료를 미루거나 초기치료에 실패해 뒤늦게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구안와사 치료를 위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약6만1000명에서 2010년 12만명으로 95% 증가했다.

9호선 봉은사역 인근의 광동한방병원은 양방과 한방의 장점만을 모은 통합진료로 안면마비를 개선한다. 주요 치료법으로 한약 및 양약의 병용요법, 침, 약침, 체질별 컬러테이프요법, 안면수기요법 등이 있다. 처음에는 체내 염증을 개선한 뒤 한약으로 신체 전반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침은 얼굴에 분포하는 경혈과 경락을 자극해 얼굴의 균형을 맞추고 마비된 얼굴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컬러테이프요법은 체질에 맞는 색깔의 특수 테이프를 안면경혈에 붙여서 안면근육의 기혈순환을 개선해 회복을 촉진시킨다.

뇌추나요법은 손가락·발가락 관절, 무릎, 고관절, 어깨관절, 상부경추 등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소뇌와 대뇌를 활성화해 안면근육과 신경을 강화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자가 치료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양쪽 눈을 최대한 크게 떴다가 다시 꼭 감거나 윙크하는 동작을 5회 이상 반복한다. 양쪽 볼의 근육을 풀어주려면 입을 뾰족하게 모은 뒤 앞으로 내미는 동작, 뺨을 불룩하게 하는 동작, '이·오·우' 발음이 나도록 입 모양을 만들어 휘파람 불기, 촛불 끄기 등 입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실시한다.

온열마사지법은 재발을 막고 후유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따뜻한 물로 세안을 한 뒤 더운 수건으로 이마와 눈 주위를 원을 그리듯 하루에 20분씩 마사지해준다. 온찜질팩으로 증상이 나타난 부위를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병하 원장은 "다양한 표정을 짓는 운동 및 안면부 마사지요법을 꾸준히 받고 마음을 편히 가져야 회복이 빨라진다"며 "돌아간 얼굴을 거울로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회복 후에는 6~12개월간 예후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