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환자가 장기간 생존한 경우 인공호흡기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치료비는 지불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김모 할머니(사망 당시 78세) 유족을 상대로 낸 진료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계약은 유효하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김 할머니의 유족들은 연명치료 중단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인공호흡 유지비용과 병실 사용료 등 모두 8643만원을 세브란스 병원 측에 지급해야 한다.
김 할머니는 2009년 대법원이 국내 최초로 내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판결의 당사자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다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후 병원은 인공호흡기 등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를 했고, 할머니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생명을 유지했다.
2008년 11월 김 할머니의 유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에도 자기호흡으로 200일 넘게 생존하다 2010년 1월 끝내 숨졌다.
할머니가 숨진 뒤 세브란스병원 측은 유족들을 상대로 미납진료비를 청구했지만 연명치료 중단 판결 후 발생한 진료비는 의료계약이 해지된 만큼 정당한 진료비라 볼 수 없다'며 유족들이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연명치료 중단 1심 판결이 송달된 2008년 12월4일 양측의 의료계약이 해지됐다고 보고 그때까지 발생한 병원비 475만1천원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2심은 인공호흡기 계약이 해지된 것은 상고심 판결일이고, 그 뒤에도 인공호흡기를 제외한 인공영양ㆍ수액 공급, 항생제 투여 등 연명에 필요한 다른 진료계약은 여전히 유효했다며 병원 측이 청구한 진료비 대부분을 인정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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