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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확산에 번지는 중남미 '낙태·피임 논란'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 유발 가능성이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감염자가 나온 중남미 지역에서 낙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감염 임신부의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피임도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BBC방송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톨릭교도 비율이 높은 중남미에서는 브라질처럼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법으로 금지한 국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임신부가 불법적인 수술이나 시술을 받다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면서 감염자에게는 수술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또한 피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성폭력이 빈번한 곳이 많아 단순히 '임신 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으로는 지카 바이러스 피해를 막기 어렵다면서 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젤 카리노 IPPF 서반구 지역 담당 부회장은 "여성들이 더 안전하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이 쉽게 피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각국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콜롬비아나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 정부가 임신을 자제할 것을 자국민에게 권고했지만 이는 전체 임신의 절반 이상이 계획 없이 이뤄지고 성폭행도 많이 일어나는 이들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산 건강 관련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비영리 국제단체인 '여성 출산'(Women Deliver)도 중남미 국가들이 낙태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이른바 '뒷골목 낙태'와 같은 불법 시술과 그에 따른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단체의 카티야 이베르센 회장은 "피임과 낙태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채 임신을 미루라는 것은 싸구려 정책에 불과하다"면서 "바이러스 확산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세계보건기구의 대응도 마찬가지다. 감염 피해를 떠안는 여성의 건강과 관련한 대책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