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가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제약업계의 관심이 정부의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2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3일 서울 효령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제약업계 등 관계자들로 구성된 약가제도협의회 1차회의를 갖는다.
■오늘 첫 약가제도협의회…업계 관심집중
정부는 약가제도협의회를 통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는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약가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행 약가제도는 환자 및 건강보험 재정 부담 경감을 위해 '무조건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투자 의욕을 꺾고 더 나아가 제약산업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매년 약가조사를 통해 특허 기간이 만료된 약에 대해서는 원래가격의 절반 이하로 낮춘다. 또 사용량 연동 가격인하제도를 통해 사용량이 일정기준 이상을 넘으면 가격을 최대 10%낮추는가 하면 사용범위가 확대되는 약품에 대해서는 사용범위 확대 사전 약가인하제도를 통해 최대 5% 인하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개발한 신약에 대해서는 그 내재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게 현 약가 제도의 현실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낮은 수준인데 여기에다 2012년에는 일괄약가인하 조치로 평균 14%나 더 깎였다. 실제로 2007년 이후 국내에 등재된 신약가격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의 44.4%수준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보험등재된 전체 신약의 약 73%를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제약업계와 전문가들은 현행 약가제도는 제약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글로벌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출시 당시에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경쟁사 치료제보다 낮게 약값이 책정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런 불합리한 약가제도는 신약 수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한 제약사는 지난 2011년에 유럽 제약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사용량 약가 연동제에 따른 가격 협상 지연으로 수출가격의 합의점 찾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업계,"약가개선 없인 제약산업 육성 어려워"
따라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약가제도는 '인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새로 개발한 신약에 대한 평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돼 있다"면서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약가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신약이나 연구 성과물 등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가격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약업계는 이번 협의체 논의에 대한 기대가 어느때보다 크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현행 약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협의체를 통해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약가는 건보재정 안정화라는 이유로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R&D에 투자한 만큼 그 가치를 보상받지 못하니 제약사들의 R&D 투자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약의 평균가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제약사로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임상시험비용 등 신약의 개발원가는 약가 사전에 배제되고 있고 미래 투자비용이나 실패비용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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