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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교체 직전, 퇴직금 셀프 인상은 무효'...대법 "주주총회 승인있어도 효력없어"

퇴직을 앞둔 임원진이 주도해 고액 퇴직금 규정을 마련했다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해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정모씨 등 행담도개발 주식회사 전직 이사 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 등의 행위는 경영진 교체가 이뤄지기전 최대한 연봉과 퇴직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배임행위"라면서 "배임행위의 결과인 퇴직금규정을 근거로 퇴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원심은 정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회사의 재무상황 및 영업실적, 종전의 지급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퇴직금 규정은 이사회 결의를 거쳤더라도 회사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한 것으로 주주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라며 "위법한 행위인 만큼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2008년 10월 행담도개발주식회사는 이사들의 퇴직금 규정을 고쳐 근속연수 1년당 3개월치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소급적용시키도록 했다. 종전에는 1개월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정씨 등 퇴직을 앞둔 임원진들이 주도해 규정을 바꿨다.

그 무렵 회사 경영상태나 전망은 매우 나쁜 상태였다. 2단계 행담도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누적손실이 7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임원진은 2010년에 연봉을 29%~66.7%로 대폭 인상했고, 이 때문에 연매출 61억원 가운데 이사 3명에 대한 급여가 27억원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더구나 회사의 대주주가 싱가포를 법인에서 씨티그룹으로 변경되고 경영권도 함께 넘어가는 상황이어서 임원들은 사실상 퇴직이 확정된 상태였다.

경영권을 인수한 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씨티그룹은 퇴직금 지급을 거부했고 정씨 등은 자신들이 만든 규정대로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