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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순직 소방관 유가족 "우리 남편을 꼭 기억해주세요"

【 평택=장충식 기자】 "세월이 흐르면 모든게 잊혀지겠지만 우리 남편을 꼭 기억해주세요."

지난해 말 서해대교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숨진 고(故) 이병곤(54·소방경) 포승안전센터장의 부인 김순녀씨가 설 명절을 맞으면서 후배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8일 경기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평택소방서 소속 박상돈·유정식 소방위, 이태영·이경용·박상희 소방교 등 6명은 설 명절을 맞아 지난 6일 고인의 집을 찾았다.

이 가운데 5명은 서해대교 화재 당시 이 센터장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던 대원들이다.

후배들 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가장 나중에 빠져나오는 이 센터장의 솔선수범 덕분에 후배 대원들은 그날 현장에서도 안전할 수 있었다.

이같은 고마움에 후배 소방관들은 이 센터장의 없는 빈자리에 아파할 유족들을 위해 고인의 집 방문을 결정한 것이었다.

고인의 집에서는 부인 김씨와 군에서 휴가를 나온 둘째 아들 관희씨가 반겨주었다.

이 센터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지 2개월이 지나고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설 명절이 다가왔지만, 가족들은 아직도 이 센터장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슬퍼하고 힘겨워 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해대교 화재 당시 이야기부터 늘 위험한 현장에 후배들보다 앞에 섰던 고인의 살아 생전 모습, 직장 선배가 아닌 친형같은 모습들을 이야기하며 남은 가족들을 위로했다.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던 부인 김씨는 "고인은 집안에서는 최고의 가장이었고, 직장에서는 최고의 소방관이었다"며 "세월이 흐르면 모든게 잊혀지겠지만 우리 남편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후배들이 이 센터장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이 센터장이 사고를 당한 서해대교 위 행담도 휴계소에서 안전한 귀성길을 기원하는 '프리허그'와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불특정한 사람들을 차별 없이 안아 주는 '프리허그' 행사는 크고 작은 사고 현장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며 생명을 귀중히 여겼던 이 센터장의 25년간의 활동과 닮아 있다.

후배들이 그런 선배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담아 뜻깊은 행사를 계획했지만, 결국 이번 행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취소 되면서 선배를 위해 준비한 후배들의 성의도 물거품이 됐다.


이같은 일은 경기재난안전본부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gfire119/?ref=aymt_homepage_panel#!/ggfire119/)통해 알려지면서 후배들과 동료들을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후배 소방관은 "이병곤 센터장은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었다"며 "이번 행사가 취소돼 아쉽지만 앞으로, 그를 기억하기 위한 일을 동료, 후배들과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3일 서해대교 목표방면 송악IC 인근 2번 주탑 중간부 근처 교량케이블에 불이나 현장에 출동했던 고 이병곤 안전센터장이 화재로 끊어진 케이블에 맞아 현장에서 순직했다. j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