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들의 민심이 미 대선후보 경선 초반 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27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실시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앞서 경선이 치러진 곳과 달리 흑인 인구구성비중이 높고 정치참여열기 또한 강하다. 두번의 예비선거(코커스 포함)를 거친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가운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 2008년 프라이머리 당시 민주당 투표자 중 55%가 흑인이었을 정도로 흑인의 정치 참여율이 높다. 인종차별과 관련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9명이 숨졌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고등학교에서 경찰이 흑인 여학생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는 비디오가 공개되어 흑인 사회의 공분을 샀다. 두 사건 모두 백인 남성이 저지른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난민 문제와 관련해 가뜩이나 인종차별 논란이 커지는 추세다. 공화당 벤 카슨 후보를 제외하면 흑인이 한명도 없는 대선주자들이 어떻게 흑인들의 표심을 끌어 모을 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민주당 흑인 민심은 '힐러리'
일단 민주당을 지지하는 흑인들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기울어진 편이다. NBC 방송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64%의 지지율을 얻으며 27%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다.
미 연방의원 흑인위원 모임인 '블랙코커스(CBC)'는 11일에는 클린턴 전 장관을 공식 지지하겠다며 클린턴 진영에 힘을 보탰다.
아직도 흑인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중도 변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샌더스 의원보다 클린턴 전 장관 쪽에 좀 더 애착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이 2008년 당신을 연상시키느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이 부당할 정도로 가혹하게 검증 받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동의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CBS 방송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재직시절 개인 이메일을 쓴 것이 국가 안보를 해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변수가 남아있는 공화당
공화당은 아직 특정후보의 우위를 단정하기 어렵다. NBC방송이 실시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지지율 36%를 얻으며 2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해온 인종차별적 발언이 다시 한 번 이슈화되면 단숨에 선두가 뒤바뀔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지난해 12월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흑인 남성의 총격을 받아 숨진 경찰관을 거론하며, "경찰 살해범은 무조건 사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성명을 통해서는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도 기존 노선의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지난달 17일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흑인들을 위한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내 유색인종 후보들이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 카슨 후보는 비록 지난번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흑인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트럼프의 대항마로 불리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은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부인이 히스패닉계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오는 15일 노스찰스턴 유세에 형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까지 동원해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흑인들이 비슷한 처지의 유색인종 후보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일 지 주목할 만하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이태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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