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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밀수-밀항범, 마약발견 전 체포 및 압수수색도 적법.. 대법 "시간차 크지 않아"

밀항하던 마약사범을 마약발견 전에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압수수색 영장없이 선박을 수색했다고 해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48)에게 징역 9년6개월에 추징금 33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마약이 발견되기 전에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필로폰이 곧바로 선박 안에서 발견'됐고 '이씨가 말한 장소에서 필로폰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마약을 제출하겠다고 말하는 등 임의제출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씨는 2011년 3~4월 두 차례에 걸쳐 필로폰 약 200g을 밀수입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동종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는 그는 재판 과정이던 2011년 8월 중국으로 달아났다.

2년여간 도피 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중국에서 필로폰을 투약하다가 적발돼 2013년 10월 강제 추방됐다. 하지만 이씨는 인천항으로 향하는 선박에서 바다로 뛰어내려 중국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후 이씨는 여권위조 등을 통해 합법적인 신분을 확보하고 도피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필로폰 6.1㎏과 함께 국내로 밀입국을 시도했다. 이씨가 들여온 필로폰은 약 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소매가 2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양이었다. 검찰은 필로폰 밀수 첩보를 입수, 이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수사당국은 미처 마약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이씨를 긴급체포했고, 이씨가 자백한 장소에서 마약이 나오지 않자 타고 있던 배를 수색해 마약을 발견했다.


1·2심은 이씨가 2011년 필로폰을 100g씩 두 번 들여온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2014년 6.1㎏ 밀수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필로폰이 발견되기 전 이씨에 대한 체포가 이뤄졌고 이후 임의제출 형식으로 필로폰이 제출됐지만 사실상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1·2심은 "이미 압수한 물건에 대해 다시 임의제출을 허용하게 되면 실질적인 강제적 압수"라면서 사후 압수수색영장 발부 없이 검찰이 보유하고 있던 필로폰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