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3년간 1조원 되찾아
국유재산기획조사란? 무단 점유됐거나 방치된 국가소유 부동산을 찾아내는 작업
산길을 헤매다 야생들개에게 쫓겨도망칠 때는 아찔
조만간 드론을 구입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
"숨어있는 국가 재산, 끝까지 추적해 찾아낸다"
무단 점유됐거나 방치된 국가소유 부동산을 찾아내 권리화하는 국유 자산 '파수꾼'이 있다. 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직원들이 주인공. 이들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국가 토지나 주인 없는 부동산 및 일본인 명의의 은닉재산을 발굴, 국유화하는 등 국유자산을 늘리는 일을 전담한다. 한마디로 나라의 재산을 살찌우고 보전하는 국가 재산관리인인 셈이다. 이들은 관련부서 인력을 풀가동,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무단 점유지를 판독해내는 것은 물론, 실태 확인을 위해 일선 지방청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국유지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현장 조사팀이 충남 공주시 사곡면 호계리 유구천 제방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태블릿PC 등의 장비를 활용, 주변 토지들의 국유지 무단 점유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중호 사무관, 강윤석 지원관, 임형빈 주무관.
【 공주(충남)=김원준 기자】지난 3일 오후 마곡사 인근 충남 공주 사곡면 호계리 유구천 제방. 경칩이 이틀 앞이지만 막바지 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게 몰아친다. 둑 길 위에는 '국유재산실태조사'라는 글씨가 선명한 빨간색 조끼를 갖춰 입은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장비는 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태블릿PC. 이 장비와 지도를 대조하며 한참동안 대화를 나눈 이들은 제방 아래 쪽 농가 주택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집 터의 일부가 국유지를 침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런 사실을 집주인에게 통보하고 정확한 침범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확인 결과, 집 주인은 출타중인 상황. 주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던 주민을 만나 연락처를 알아낸 이들은 곧바로 집주인과 휴대폰 통화를 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를 집주인에게 알리고 추후 정확한 조사를 벌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날 현장 실사에 나선 이들은 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현장 조사팀. 이들은 사전에 항공사진 대조작업을 통해 무단 점유된 국가 토지가 있는지를 분석한 뒤 현장조사를 거쳐 실제 상황을 최종적으로 파악한다. 만일 현장 조사결과 국유지 무단점유가 확인되면 그 내용을 시.군.구의 재산관리관에게 통보하게 된다. 재산관리관은 무단점유 등을 재확인한 뒤 사용료나 변상금을 부과하거나 용도폐지를 통해 민간에 매각한다.
현장상황 파악을 마친 조사팀은 다시 차량으로 20여분을 이동, 대규모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국민안전 교육연구단지 공사현장. 조사팀은 현장 실사 전 항공사진 확인 과정에서 국유지인 이 일대에 창고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단 점유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이들은 이 일대가 이미 국민안전처 주관의 공사가 진행중인 만큼 별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유재산 효용성 제고.국가자산 증대"
조달청 국유재산 관련업무 가운데 핵심은 행정재산의 관리실태 점검. 전 국토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국유재산이 행정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정밀하게 조사하는 일이다. 무단 점유됐거나 의미없이 방치돼있는 유휴재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 2011년 기획재정부로부터 국유재산업무를 위임받은 조달청은 지난 한해동안만 총 7만9000필지, 1억3393만8000㎡(금액기준 36조원)에 대한 활용실태를 점검해 총 6632필지, 676만6000㎡(6069억원)규모의 유휴재산을 찾아냈다. 전년인 2014년 조사량(5만 필지)보다 58%늘어난 것이다.
국가자산을 늘리고 가치를 보전하는 일도 국유재산관리 부서의 주요 업무다. 이를 위해 주인이 없는 무주(無主) 부동산과 일본인 명의의 재산을 찾아내고 국유재산대장과 등기부 간 관리기관이 일치하지 않는 건을 추려내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무주 부동산 1851필지 149만㎡(금액기준 755억원)를 찾아내 국유화했다. 과거 일본인 명의의 은닉재산도 지난 한해동안 1247필지를 조사해 이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은닉의심 57필지를 확인하고 계속 조사중이다. 올해도 의심이 가는 5062필지에 대해 은닉여부를 정밀조사할 예정이다.
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왕정미 사무관, 박준훈 서기관, 김홍창 과장, 이병권 사무관, 김태훈·강윤석 지원관, 최덕순·방혜성·조성신 사무관, 임형빈 주무관, 강중호 사무관, 박현·이길종 주무관(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이 정부대전청사 4층 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조원 규모 무주.은닉부동산 찾아내
조달청은 지난 2012년 6월 주인없는 부동산 등의 국가 귀속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초까지 모두 7654필지 5520만㎡의 땅을 국유화했다. 서울 강남구 면적의 1.4배로 재산 가치만도 1조원에 이른다. 국가귀속 재산에는 지방자치단체 및 개인으로부터 소유자 없는 부동산으로 신고 접수된 토지 6029필지(9194억원) 외에도 조달청이 자체 조사해 국유화한 1625필지(955억원)가 포함돼 있다. 조달청이 자체 조사해 국유화하고 있는 재산은 일본인(법인) 명의 재산, 가지번 토지 및 장기간 소유자 변동이 없는 재산 등이다.
이중 일본 정부 및 법인 명의 재산의 국가귀속을 추진해 조선총독부(310필지), 동양척식주식회사(26필지), 일본법인(88필지) 및 일본인 개인(1201필지) 소유지 등 총 1625필지에 대한 국가귀속을 마쳤고 일본인 개인재산 국가귀속 대상 2600여필지는 무주부동산 공고 뒤 국가귀속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어려움 큰 만큼 보람은 두 배"
거의 매일 낯선 장소에서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과 맞닥뜨리는 조사팀에게 황당하고 힘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어촌이나 산간에서는 차량진입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농로나 산길을 몇 시간씩 걸어서 목표지점을 찾는 것은 예삿일. 산이나 들길을 걸을 때는 뱀이나 들개 등 야생동물과 조우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조달청 국유재산기획조사과 현장 조사팀 강중호 사무관은 "지난해 인적이 없는 산길에서 국유재산 실태 조사중 야생들개들이 쫓아와 도망갔던 일이 있다"며 "그 이후로 산길 주변을 조사할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일본인 명의 부동산과 무주부동산 국유화 과정은 개인의 재산이 걸려있는 만큼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어 조사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조달청에 법적인 조사권한이 없는 것도 조사에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는 요인. 조사팀 이병권 사무관은 "은닉재산 국가환수는 개인 소유의 재산을 국유화하는 과정으로, 재산을 빼앗기는 상대를 조사해야만 한다"면서 "재산소유자가 면담에 불응하거나 자신의 불만을 강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힘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불과 24명의 행정재산 실태조사인력과 보잘 것 없는 장비로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토지를 전수 조사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조사팀은 올해 안에 공중에서 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구입할 계획이다.
드론은 방사형 등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토지와 임야나 진입로가 없어 조사요원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 광범위한 지역을 일시에 조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쉽지 않은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돌아오는 보람은 크다.
김홍창 국유재산기획조사과장은 "국유재산 실태조사를 통해 찾아낸 유휴지나 무주부동산이 재산가치가 높은 경우나 후손에게 조상의 땅을 찾아주었을 경우 현장에서 뛰는 조사요원들은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이런 보람과 자부심이 현장을 누비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kwj5797@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