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6개월만에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취임 3년차를 맞아 그간 강조해온 창조경제 현장을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란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하지만 4·13총선이 불과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데다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후보)'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진 곳인 만큼 대구행 갖는 다양한 정치적 '함의'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선 청와대의 정치적 확대해석 경계에도 불구, 대구지역 현역 물갈이설과 오버랩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진박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우회로' 행보로 관측된다.
이들 진박후보들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공유하고 집권 초반 국정과제의 주요 얼개를 짜는데 주력해온 만큼 박 대통령의 후반기 집권 비전을 실현하는데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측면지원의 효과는 어느정도 있다는게 여권 내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당으로 복귀하면서 이들 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는 '진박 마케팅'을 펼치면서 힘을 받는듯했다가 오히려 진박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역풍'이 불면서 대구는 물론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자칫 진박마케팅 역풍이 확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바 있다.
진박마케팅이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박 대통령과 갈등관계에 놓인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대구지역 현역 물갈이설로 확산되면서 진박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친박계의 고민이 있다. 친박계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구행이 최근 공천 갈등으로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까지 겹치면서 대구지역 민심을 최대한 자극하는 않는 선에서 진박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지역 여론이 조성되어주길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계로선 대구지역의 진박 마케팅 역효과가 한지붕 두식구간 '밥그룻 싸움'으로 비쳐지면서 충청권을 거쳐 수도권에 상륙할 경우 전체적인 총선 판세에서 크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진박 마케팅의 부정적 효과를 경계한다.
어느때보다 인물과 개혁공천, 정책공약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대구발(發) 진박마케팅 역풍이 수도권에 연착륙하게 되면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에서 판세는 크게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이날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민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밥 그릇 싸움 좀 그만해라, 진박이냐 이런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다"면서 "오히려 당에 도움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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