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감 직전 ELS운용사의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가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투자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해와 올해 초, 대우증권을 상대로 제기된 유사 소송에서는 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상반된 판단을 놓고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개인투자자 김모씨(62)가 BNP파리바 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은행 측의 '헤지(hedge)거래'로 시세가 하락하게 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장요인에 의한 정상적인 수요·공급"이었다며 "거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시세조종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6년 3월4일 신영증권으로부터 하이닉스와 기아자동차 주식과 연계된 ELS 1억원 상당을 매입했다. 만기는 3년이고 조기상환 기회(중간평가일)는 매 6개월에 한번씩 모두 5차례 있는 조건이었다. 중간평가일까지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키고 중간평가일 종가가 일정수준 이상이면 연 16.1%의 수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었다.
한편 신영증권은 이 ELS와 관련,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될 경우 투자자에게 확정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 비엔피파리바은행과 '백투백 헤지' 거래를 했다.
김씨가 가입한 ELS상품의 첫 중간평가일인 2006년 9월4일 주식시장에서 하이닉스와 기아자동차의 주식은 조기상환기준을 넘어선 상태였다. 하지만 장 마감 10분전 BNP파리바은행은 모두 7차례에 걸쳐 기아자동차 주식 140만주를 매도했고 결국 기아차의 종가는 조기상환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이후, 최종 만기일에 2950만원만 돌려받게 된 김씨는 BNP파리바은행과 신영증권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BNP파리바은행 측은 "델타헤지에 따른 것으로 정상적 수요공급에 따른 매매"라며 "시세조정 의도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BNP파리바의 주식 매도행위는 시장요인에 의한 정상적 주식매매"라고 투자자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ELS운영사가 '델타헤지'로 인한 위험성을 사전에 고객에서 고지했고 델타헤지로 인한 주식매매가 단일가 매매시간에 집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판결의 근거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해와 올 2월 투자자들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유사한 취지의 소송에서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우증권도 "델타헤지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상충될 가능성이 큰 판결이 나왔다는 점도 문제지만 ELS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추락시킬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권사가 고객과 ELS 계약을 한 뒤 다른 쪽에서 델타헤지를 하면 사실상 ELS 중간상환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거의 사라지는데 사법부가 이를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법조계의 지적이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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