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비를 받아 자녀에게 쓰지 않은 아버지를 상대로 자녀들이 자신들의 몫을 직접 지급해달라며 구청에 낸 민원서류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친권자라도 부양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미성년 자녀들의 개인적 민원 청구 내용이 담긴 서류를 공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이모씨가 서울 성북구청을 상대로 "자녀들이 기초생활비 수급자 분할을 청구한 민원서류를 공개해달라"며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의 자녀 2명은 지난해 8월 아버지와 따로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지급되고 있는 자신들 몫의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직접 받게 해달라는 민원을 관할 구청에 냈다. 이씨는 '미성년자인 자녀들의 친권자이므로 자녀들이 신청한 기초생활비 수급자 분할 청구 민원서류를 복사해달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러나 구청이 '문서가 개인의 신상 및 고충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정보공개 대상자들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자녀들도 정보 공개를 거부한다'며 비공개 결정하자 이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의 자녀들은 연령이나 직접 서류를 작성했다고 밝힌 사정 등에 비춰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고 보이고 서류 공개를 원치 않고 있다"며 "이 서류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가 보호돼야 할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청은 원고가 기초수급비를 수령하고도 자녀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분할 지급을 결정한 것"이라며 "원고는 자녀와 함께 거주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친권자라 해서 서류가 공개돼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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