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 성공할 수 있을까
금감원, 2년여간 노력 실패하자 금융위 바통 이어받아 재시도
올해 10%대 대출 활성화 목표.. 보증보험 연계해도 리스크 불변
시장 열려도 우량고객 적을 것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지난 2년여 간 금융감독원은 중금리 시장 조성을 시도했지만 성과는 나지 않았다.
이번에 주도권을 넘겨받은 금융위원회는 올해 10%대의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는 것을 중점 과제로 정했다. 4~7등급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10~15%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성공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금융권의 시각도 회의적이다. 믿을 만한 신용평가모델이 구축되기 전에 중금리 대출 시장이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시장 건전성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평가모델 구축이 먼저
17일 금융 전문가들은 중금리 대출 시장이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은 정교한 신용평가모델(CSS)이 없었던 데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2013년 저축은행들에 신용평가모델(CSS)을 개발할 것을 지도했다. 이어 저축은행 공동 중금리 상품 출시를 1년 가까이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요구에 저축은행중앙회가 나서 KB,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과 고객 특성에 맞는 10%대 중금리 공동 대출상품 개발을 추진했지만 무산됐었다.
10%대 금리를 제공할 만한 고객을 발굴할 수 있는 CSS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에게 금리를 깎아주는 것이 금융기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도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번에 재도전에 나선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는 '보증보험' 그리고 '은행-저축은행간 연계영업'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내놓은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 방안'을 통해 중금리 대출 상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SGI서울보증이 은행, 저축은행과 연계해 중금리 상품을 보증하고 연체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금융회사와 함께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다. 서울보증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지던 리스크를 크게 덜어준 셈이다. 올해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총 1조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서울보증과 금융회사가 각각 얼마나 이를 분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금융권의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여전히 믿을만한 CSS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위비 모바일 중금리 대출' 역시 서울보증과 연계한 상품이지만 정교한 CSS가 기반이 되진 않았다. 이후 IBK기업은행도 이와 비슷한 상품안을 검토했지만 출시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서울보증도 위비대출을 '시험용'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다른 금융기관 까지 빠르게 확대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1조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로는 흔적조차 남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량고객 선별은 가능할까
SGI서울보증과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연합회가 공동으로 꾸린 태스크포스(TF)는 늦어도 6월 초까지 CSS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 초 출범이 예상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새로운 빅데이터를 활용한 CSS 개발에 적극 나선 상태다.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의 성공여부는 이 CSS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스템이 중신용등급자 가운데 '우량고객'을 잘 선별하지 못할 경우 부실 대출만 늘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증을 끼고 돈을 빌려 준 금융회사에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증보험을 연계한다고 해서 리스크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면서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할 경우 금융회사에서 부담할 것을 보증보험에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금리 시장이 열린다 해도 5등급 이하 중신용자 가운데 '우량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용평가 시스템이 촘촘해지면 오히려 대출에서 제외되는 대상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부업 대출 정보가 저축은행에 확대 공유될 예정이다. 그렇게 대부업 이용 기록이 공개되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무리한 중금리 대출 확대가 결국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서울보증은 주식회사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약 94%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공공기관의 성격을 띈다. 서울보증이 대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이 확대될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보증이 공적기관의 책임이 없이 시장성만 감안했다면 이런 상품을 개발하는 데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보험료 설정과 철저한 신용평가를 통해 보증보험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mrchoi@fnnews.com 최미랑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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