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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정보 빼돌려 수십억 챙긴 '내부자들'

미래에셋증권·콜마비앤에이치 임직원 무더기 적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 제도를 악용, 수십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업체 간부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스팩 회사는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로, 일단 상장하면 상장이 어려운 다른 우량 중소기업과 합병해 우회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9년 시행됐다.

■합병정보 이용, 되팔아 차익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화장품 관련 기업 콜마비앤에이치 재무담당 상무 김모씨(45)와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모씨(43)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또 전 미래에셋증권 직원 김모씨(37)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콜마비앤에이치 직원 강모씨(43) 등 3명을 벌금 2500만∼3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들은 2014년 7월부터 한달간 스팩 제도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를 우회 상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합병 정보를 이용해 총 67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콜마홀딩스는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 상장이 어렵자 2014년 미래에셋증권과 스팩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2014년 4월 22일 '미래에셋제2호스팩'이 설립됐으며 같은해 7월 23일 공모가 2000원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 스팩 회사가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 회사 주가가 폭등할 것은 명약관화했고 합병 업무를 담당했던 콜마비앤에이치 재무 담당 상무 김씨는 이같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 한탕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실제 같은해 8월 25일 두 회사의 합병 결의가 공시되자 미래에셋제2호스팩의 주가는 시초가보다 6배 이상 폭등했고 미래에셋제2호스팩 주식 3만여주를 미리 사들인 그는 합병 발표 후 되팔아 2억2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미래에셋증권 부장 이씨는 이 합병 사실을 경영 상담 업체인 '구루에셋' 대표 윤모씨(43.구속기소)에게도 전달했고 윤씨는 자신과 가족, 회사 명의를 총동원해 89만여주를 미리 사들여 55억 35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 정보는 콜마비앤에이치와 미래에셋증권 직원, 일부 펀드매니저와 그 가족에까지 퍼져 적게는 1700만원부터 많게는 3억원까지 부당 이익을 거뒀다고 검찰은 전했다.


■펀드매니저, 가족까지 가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 이런 사실을 포착,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했고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통해 검찰로 이첩됐다.

검찰은 콜마비앤에이치 등 관련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250여명의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미공개 중요정보이용 사건을 밝혀냈다.

검찰은 또 다른 콜마비앤에이치 직원 18명도 이 정보로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파악했으나 사들인 주식이 소량에 불과해 입건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