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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막판 불꽃' 김현수 '막판 잠잠' 박병호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막판 불꽃' 김현수 '막판 잠잠' 박병호
김현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막판 불꽃' 김현수 '막판 잠잠' 박병호
박병호

삼진을 당해도 박수를 받은 선수가 있었다. 삼진은 아웃 카운트의 하나일 뿐이다. 병살타보다는 오히려 낫다. 그래도 체면은 서지 않는다. 배트에 공을 맞추지 조차 못했으니. 타자의 완패다.

1958년 4월 5일 신인 나가시마 시게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 투수는 재일동포 김정일(고쿠데스 스왈로스·일본명 가네다 마사이치). 한 해 전 28승을 기록한 당대 일본 최고 투수였다.

나가시마는 김정일에게 4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아무도 나가시마를 탓하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심지어 유명 극작가 야마자키는 "삼진을 당해도 박수를 받는 유일한 선수"라며 칭찬했다.

데뷔전의 수모는 두고두고 그에게 약이 됐다. 일본 최고 투수에게 홈런이라도 뽑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4연속 삼진은 그에게 늘 '초심'으로 작용했다. 나가시마는 17년 동안 현역으로 뛰었다. 17년 연속 '베스트 나인(9)'을 수상했다. 세계 야구사의 유일한 대기록이다.

그는 일본에서 '미스터'로 불린다. '미스터 베이스 볼'의 준말이다. 일본인들의 그에 대한 애정은 신앙 수준이다. 그의 현역 마지막 타석은 첫 날만큼 초라했다. 주니치와의 은퇴 경기서 그는 8회 병살타를 때렸다. 일본 언론은 '나가시마다운 날카로운 타구'라고 적었다.

김현수(28·볼티모어)가 2할 타율에 턱걸이했다. 초반 23타수 무안타의 빈곤에 비하면 두 단계 업그레이드다. 최근 17타수 8안타로 4할7푼1리의 고감도 타격감이다. 지역 최대 매체인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 엔진 소리를 이어가다'라며 고무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현수는 21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와의 시범경기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정확히 2할(40타수 8안타)로 올라섰다. 17일 피츠버그전 이후 두 번째 멀티히트. 당시 두 개의 안타는 모두 내야안타. 이번엔 중견수와 우익수 앞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볼티모어는 이날 외야수 알프레도 마르테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냈다. 경쟁자 한 명이 또 사라졌다. 나간 자리만큼 김현수의 입지가 넓어졌다. 반면 박병호는 두 경기 연속 무안타다. 21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세 번 타석에 들어서서 볼 넷 하나에 그쳤다.

박병호는 여전히 3할(0.303) 타율에 팀 내 최다 홈런(3개), 최다 타점(9점)이다. 그런데 왜 불안할까. 미구엘 사노의 외야수 전환이 실패로 끝나면 혹 설 자리를 잃지 않을까. 시범경기는 시범경일 뿐이다. 성적은 무시되어도 좋다. 그러나 신인들에게는 다르다. 초반 화끈하게 터지다가 후반에 잠잠하면 불리한 잔상을 남길 수 있다.

김현수의 팀 내 위상은 초반에 크게 흔들렸다. 23타수 무안타면 그럴만하다. 다행히 최근의 상승세로 만회를 했다. 똑같은 성적이라면 후반 분발이 유리하다.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에 들지는 미지수다.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를 둔 부모의 마음처럼 조마조마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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