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금융, 제도·법 장벽 허물고 소통해야"
핀테크 생태계 꽃 피우려면 밀어붙이기식 개발은 안돼
금융산업 변화 신속 대응해 국내 금융시장에 접목할 것
핀테크 생태계가 자라기에 국내 환경은 '자갈밭'이라고 했다. 제도 장벽 안에서 핀테크는 꽃을 피울 수 없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 때부터 한국인 몸에 스며들어 있는 밀어붙이기식 개발의 습성도 이젠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이제 좀 깨어납시다."
'미래금융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은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사진)를 서울 명동 한국금융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김없이 거침없는 말들이 쏟아졌다. 그는 한때 '미스터 쓴소리'로 통했던 인물이다.
미래금융연구센터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4일 핀테크와 블록체인, 스마트계약 등이 주도하는 금융산업의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신설한 기관이다. 초대 센터장으로 선임된 최 박사는 버지니아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은행에 재직하던 시절, 재정경제부 재경부 외환위기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개발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에서 국가 위험관리를, 우리금융에서 전략(CSO), 리스크관리(CRO)등을 담당했다.
최 센터장은 책임감 있고, 정부나 금융기관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각도에서 고객에 새로운 서비스를 마련해 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연구를 하는 기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금융기관이 존재할 필요 없는 핀테크 중심의 금융 서비스는 그동안 우리가 알아온 금융의 개념을 뿌리부터 흔드는 얘기"라며 "다른 나라 성공사례를 연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례를 국내 금융시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아직 IT와 금융의 진정한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한국의 핀테크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예전 공급자들이 디지털이라는 옷만 입은 상태로 움직이고 있는 것 뿐"이라며 "핀테크의 본질은 예전보다 더욱 나은 서비스를 낮은 비용에 금융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판을 짜는 미래금융연구센터가 처음 연구 과제로 삼은 것은 '블록체인'이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인 R3 CEV가 글로벌 대형 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블록체인을 금융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 역시 이 컨소시엄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최 센터장은 그 상황을 보며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느꼈을 법한 오기'를 느꼈다고 했다. 그가 타깃으로 삼는 것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이다.
최 센터장은 "블록체인은 예전보다 더 보안성이 높고 간편한 금융서비스를 더욱 저렴한 비용에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라며 "현재 R3 CEV가 개발하고 있는 것보다 한단계 앞선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 그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 여러번 이제 벽을 허물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는 스마트폰 하나로 전세계가 연결되는 세상이다. 제도와 법에 얽매인 장벽을 허물고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기술을 우리에게 자유롭다고 얘기하지만 정부도, 금융기관도, 핀테크 기업들도 자신들의 것을 지키는데만 급급해 주변을 끌어안길 싫어한다"며 "모두 문을 열고,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핀테크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오래 공을 들이는 '된장 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금 한국엔 고민하는 사람은 없고 실적을 올리고 싶은 사람만 많습니다. 남들 10년 걸리는 걸 5년에 한다고 좋아할 게 아니에요. 10년 걸릴 건, 10년 걸려야해요. 기계 사용법을 빨리 익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최대한 잘 활용해나갈 방안을 오랜 고민과 소통으로 찾아야 합니다. 개발 시대의 밀어붙이는 문화로는 이 핀테크 시대는 절대 개척할 수 없습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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