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자친구가 새로 애인을 사귀자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새 애인의 개인정보로 소개팅 사이트에 가입을 했다고 해도 명예훼손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8)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은 김씨가 피해여성의 사진과 이름, 생년월일을 이용해 소개팅 사이트에 가입했고, 마치 자신이 피해여성인 것처럼 행세하며 다른 남성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번호를 건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사실적시를 통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헤어진지 2년 된 옛 남자친구가 새로운 여성을 만나는 사실을 알게되자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새 여자친구의 정보와 사진 등을 도용해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했다.
김씨는 피해여성의 SNS계정에서 확보한 성명, 지역, 나이, 키, 사진 등을 이용해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했고, 이를 보고 연락해온 남성들과 채티을 하면서 마치 자신이 피해여성인 것처럼 행세하고 연락처까지 건내줬다.
피해여성은 자신이 가입한 적이 없는 소개팅 사이트를 통해 계속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오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김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인적사항을 도용한 것 외 어떤 거짓사실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도 아닌 데 단지 인적사항이 공개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판결을 내렸다.
특히 2심 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란 과거나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이라면서 단순히 인적사항을 도용하고 공개한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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