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성매매처벌법 합헌결정.. 치열했던 헌재 평의

"성매매 그 자체만으로 폭력·착취적"
"성 판매자 처벌 대상 아닌 지원과 보호의 대상 돼야" 김이수 재판관 등 3명 소수의견도 설득력 얻어

성매매처벌법에 대해 3월 31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성매매 비범죄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법정공방은 일단 마무리됐지만 법정 밖의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록 합헌으로 결론이 나기는 했으나 이날 다수(법정) 의견에 반대한 김이수·강일원·조용호 재판관 등 3명의 소수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헌재는 이날 법정의견을 통해 인간의 성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성행위라는 것이 내밀한 사생활 영역임은 분명하지만 외부로 표출돼 사회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 법률의 통제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성을 거래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폭력적.착취적인 데다 경제적 약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것이어서 금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자금과 노동력이 성산업으로 쏠리면서 사회경제 구조가 왜곡될 수 있고,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강요된 성매매나 인신매매를 통한 성매매까지 창궐할 수 있다는 점도 '형사처벌의 필요성'의 근거가 됐다.

성 판매 여성들의 열악한 경제적 처우나 지위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성매매를 합법화할 것은 아니고, 경제적 지원이나 자활교육 등 다른 사회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법조계는 다수의견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제적 위기로 인해 성매매로 내몰린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배려가 다수 의견에서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의 일부위헌 의견과 조용호 재판관의 전부위헌 의견은 비록 소수의견이긴 해도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성 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위헌'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성 판매자는 대체로 경제적으로 위기상황에 놓인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전부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성 판매자나 성 구매자가 모두 처벌돼서는 안 된다는 소수의견을 내놓았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이 누구냐"면서 "건전한 성풍속이나 성도덕이라는 모호한 기준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권유린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면서 "동냥을 못 줄 망정 쪽박을 깨지는 말라고 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조 재판관은 "축첩이나 스폰서 계약 등 부유층의 성매매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하면서 성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유일하게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막았다"고 지적해 소수의견이지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