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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경제 외교 '기아차 문제 전격 해소' 깜짝 저력 발휘

【멕시코시티=조창원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한·멕시코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공식 경제협력 안건 외에 '기아차 문제 해법찾기'라는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테이블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멕시코 방문에 앞서 기아차의 멕시코 현지 공장혜택 지연 문제가 비화되면서 한-멕시코 정상회담 과정에 양국 정상간 모종의 해법찾기가 기대됐다. 회담이 끝나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아차 문제 해소가 급물살을 타는 예기치 못한 소식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 핵안보정상회의 참석과 멕시코 방문 일정에 나서 안보와 경제 두 가지 외교 채널을 가동하며 이끌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정상회담에 앞서 기아차의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공장신설 투자에 대해 주정부가 제공하기로 한 인센티브 일부를 지연하는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 연방정부, 주정부 및 기아차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해 가기로 양국 정상이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가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선뜻 화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상회담에서 니에토 대통령이 기아차와 주정부의 문제점이 만족스럽게 해결될 수 있도록 경제부 장관에게 지시하겠다며 선뜻 나서자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기대 이상의 화답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3자 협의체가 명목상 중재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면서 기아차 문제 해법 찾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니에토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중 기록한 성공적 발전 모델이 혁신을 가져올 것이며 이는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깊은 호감을 표명해 기아차 문제 해소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스페인어 경구를 사용하는 등 스페인어 외교를 벌인 점도 한·멕시코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지렛대가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멕시코 정상회담 후 진행된 공식 오찬에서 '사랑은 첫눈에 생겨났지만, 우정은 오랜 시간 잦은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뜻의 옥타비오 파스의 말을 스페인어로 직접 인용한 뒤 멕시코에 대해 "amigo para siempre(영원한 친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났을 때 스페인어로 인사했으며 이에 대해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같은해 10월 열린 인도네시아에서 정상회담에서 "스페인어로 인사하셔서 매우 놀라운 즐거움을 주셨다"면서 "대통령님, 마음에 듭니다(Me cae bien)라는 반응을 보였다. 니에토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 깊은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지자체의 고유 결정사안에 대해 중앙정부가 가타부타 개입 혹은 중재를 하는 게 행정 관례상 여의치 않아 우리 정부도 협상 결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는 지난 2014년 누에보레온주에 북미 제2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당시 주정부로부터 국세와 지방세 완전면제, 근로소득세 20년 면제, 재산세 5년 면제 등 각종 세제혜택과 부지무상 공급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주지사가 바뀌면서 과거 합의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재협상을 요구해 기아차 현지공장 특혜 논란으로 비화됐다.
오는 5월 본격 공장이 가동돼야 하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중앙정부가 주정부에 개입하는 게 힘들다는 게 멕시코 정부의 입장이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경제외교를 통해 실제로 기아차와 주정부 관계자의 활발한 접촉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주정부 입장은 아직 변한 것은 아니지만 중앙정부가 개입함으로써 많은 논의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