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설탕세 도입 논란이 뜨겁다. 영국 정부가 최근 설탕세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100mL 당 설탕 5g 이상이 함유된 탄산음료에 1L당 18펜스(약 3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설탕 35g이 든 코카콜라 캔(330mL) 1개에는 약 133원의 설탕세가 매겨진다. 이 같은 조치는 아동 비만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아동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아동의 비율이 초등학교 입학 당시에는 20%에서 졸업 때는 33%로 높아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평균적으로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매년 자신의 체중과 같은 양의 설탕을 먹고 있다. 앞으로 30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영국의 남자 어린이 절반과 여자 어린이의 70%가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가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영국 정부는 설탕세를 부과하면 탄산음료 값이 비싸져 소비가 줄고, 연간 5억2000만파운드(약 8740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보다 한발 앞선 나라가 멕시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만국인 멕시코는 2013년 포장 탄산음료 1L당 1페소(약 7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를 도입했다. 그 결과 탄산음료 소비가 2014년에 평균 6% 정도 줄었다. 프랑스, 노르웨이, 핀란드 등과 미국 내 30개주도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7일 '설탕과의 전쟁'에 나선다. 설탕섭취 억제 및 식품의 성분표시 강화 등을 포함하는 정부 차원의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하루 당 섭취량을 섭취 열량의 10%에서 5% 이내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하루 2000칼로리를 섭취하는 성인이라면 설탕 섭취량이 25g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만은 체내에서 소모되지 않은 칼로리가 지방질로 바뀌어 축적되는 현상이다. 여분의 칼로리는 설탕만이 아니라 모든 음식에서 생긴다. 따라서 비만의 주범은 설탕이 아니라 운동부족이라는 식품업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소득 향상으로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비만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청소년 비만율은 2014년에 12.9%로, 5년 전에 비해 거의 2%포인트가 높아졌다. 고교생만 따지면 비만율이 18.2%나 된다.
비만은 모든 질병의 근원이며 건강한 노후생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된다. 요즘 무가당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그렇다. 설탕세가 없더라도 과도한 설탕 섭취는 자제하는 편이 좋을 듯싶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