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첨단인력 빼가기 극성.. M&A 허점 막을 방안 있나
정부가 6일 중소기업 기술유출을 막을 종합대책을 내놨다. 황교안 총리가 주재한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회의에서다. 악의적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법원에 집중심리제를 도입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로봇 등 신산업과 철강.조선을 국가 핵심기술로 새로 지정한다는 내용도 있다.
종합대책이라 부르기엔 미흡하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게 징벌적 손해배상제이지만,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는 정확한 금액을 산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이 정도 대책만으론 중기 기술유출이 별로 줄어들 것 같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다. 중국은 이른바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지분 인수 또는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합법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이 낸 '중국 M&A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을 상대로 성사된 M&A 건수는 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해 전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금액은 배 이상 증가한 19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증시에선 중국 기업이 지분을 사거나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뛴다. 이게 현실이다.
실제 국내 게임업계는 차이나머니의 대대적인 공세로 우수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그 뒤에는 게임을 술.도박.마약과 함께 4대 중독의 하나로 보는 전근대적인 정부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심야 셧다운제도 게임 인력을 밖으로 내쫓는 데 일조했다. 종합대책은 이런 현실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중기가 아니라 대기업 기술유출이다. 중국은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습득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공략 대상은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 일류 전자업체들이다. 시장에선 중국이 반도체 분야의 특급 인재에게 1년치 연봉의 9배를 5년간 보장하는 '1-9-5' 또는 '1-3-5' 전략을 구사한다는 소문이 돈다. 덩달아 헤드헌트 업체들도 바빠졌다니 말 다했다.
악의적인 범죄 행위는 일벌백계가 당연하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유출은 정부가 철통같이 막아야 한다.
하지만 구글이 딥마인드(알파고)를 인수한 데서 보듯 첨단기술 분야에선 국경 없는 M&A가 활발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합법적 기술유출에 제동을 걸 묘책 없는 종합대책은 공허하다. 핵심은 차이나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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