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불합리 행위 교정.. 소통창구 익명성 강화할 것
뿌리깊은 관치금융 바꿀 것
"'녹색금융'이라고 기억합니까. 이명박(MB)정부 땐 모든 정책과 상품이 '녹색'을 표방했었죠. 지금 다 어디로 갔습니까. 금융정책의 지속성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변화가 필요한 거죠."
6일 장용성 금융위원회 옴부즈만위원장은 금융개혁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권의 그림자규제를 없애고, 불합리한 제재 관행을 바꾸는 일이 "앞으로 금융회사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핑계대지 못할 정도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옴부즈만은 지난 2월 26일 출범했다. 독립된 시각으로 금융당국을 감시하는 옴부즈만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단계 금융개혁의 '키플레이어'라고 표현했다. 외부의 감시를 철저히 받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옴부즈만 출범의 근거가 된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만들며 "우리 스스로 족쇄를 차는 심정"이라고 밝혔었다.
장 위원장은 "뿌리 깊은 관치금융을 바꾸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1단계 금융개혁의 가장 큰 성과로는 "금융당국이 바뀌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을 꼽으면서도 "지속성이 없으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못밖았다.
금융규정 운영규정이 국무총리 훈령으로 제정되면서,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임의적 행정지도를 할 수 없게 됐다. 운영규정에서 행정지도는 반드시 등록, 공개할 것을 의무화하고 불이익 조치는 내릴 수 없게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법령 준수와 관련한 지침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이같은 내용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들여다보는 게 옴부즈만의 역할이다.
장 위원장은 "우리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에 '납작' 엎드리는 속성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며 규제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는 아직 장기간의 경험을 통해 여전히 '위기상황이 오면 언제 다시 규제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단 얘기다. 장 위원장은 "이런 불신을 없애려면 올해 '일벌백계'의 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업권별로 구성된 7명의 옴부즈만은 앞으로 금융회사의 고충민원을 전방위적으로 접수해 검토한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굴한 그림자규제 가운데, 효력.준수.제재 여부에 대한 추가검토가 필요한 사항도 들여다본다. 옴부즈만이 금융위, 금감원 등에 개선권고 등을 내리면, 해당 기관은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그 내용을 옴부즈만에 보고해야 한다.
올해 특히 주시할 곳으로 장 위원장은 최근 자율화의 바람이 거센 보험업권을 지목했다. 올 초 보험상품의 표준약관과 표준이율이 폐지된 데 이어, 이달부터는 보험상품 개발도 대폭 자율화됐다. 장 위원장은 "보험업권은 옴부즈만이 금융당국의 불합리한 행위에 제동을 제대로 거는지 판단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불합리한 개입 사례가 나올 경우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도입 첫 해 옴부즈만은 문을 활짝 열고 금융회사의 제보가 줄을 잇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장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 얘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제보할 수 있도록 익명성을 보장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회사 본점 내부에 '소원수리함'을 설치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했다"며 "금융권의 각 협회별로 익명의 소통창구를 구축해 4월 말~5월 초 중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원이 옴부즈만 안건으로 제시되면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간에 치열한 진실공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장 위원장은 "이 과정 자체가 금융당국에 경각심을 줄 것"이라며 "시행 초기인만큼 제보된 문제들을 더욱 성실히 해결하고,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에 대한 징계도 확실히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옴부즈만은 금융당국의 규제관행 뿐만 아니라 기업의 소비자보호 체계도 살펴보게 된다. 장 위원장은 "각 금융협회는 소비자보호에 나서겠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막상 문제가 터지면 늘 업권 이익 보호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회사마다 소비자보호책임자(COO)와 담당부서가 있는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의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mrchoi@fnnews.com 최미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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