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조지민 기자 김진호 이태희 수습기자】선거철 인천의 별명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면 인천 지역의 결과가 전국 성적표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국 선거판 구도를 가름할 수 있어 여야 지도부에서도 인천의 판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인천은 여야가 각각 사이좋게 6개씩 지역구를 나눠가졌다. 18대 총선은 당시 수도권 의석의 70% 가량을 석권한 한나라당이 인천에서 9석, 통합민주당은 2석을 차지했다.
최근 전국단위 선거에서 인천의 판세는 대체적으로 혼전이었다. 농촌 지역의 장년층 인구가 많고, 서해 5도 등 북한과의 접경 지역이 포함된 탓에 여당세가 강한 선거구가 있는 반면 공단 지역과 신도시 건설로 젊은 세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야당에 유리한 표밭이 형성됐다.
4·13 총선에서도 인천의 민심은 오리무중이다. 계파 간 갈등으로 인한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지지세가 한 풀 꺾인 여당과 12년 만에 분열된 야당의 대결구도가 반영되면서 경합지역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공천 갈등 여파로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후보들이 저력을 과시하며 선전 중이고, 야권은 대다수 국민의당 후보들의 완주 의사를 내비치면서 야권 표를 나눠가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의 후보 단일화 효과가 반감됐다.
아울러 20대 총선에서 인천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선거구가 한 곳 더 늘어나 총 13곳이 됐다. 일부 지역에선 경계조정 작업도 이뤄졌다. 여야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예측불허의 대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7일 파이낸셜뉴스가 각 당의 판세 분석을 종합한 결과, 여야는 상당수의 지역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우세 또는 박빙우세로 꼽은 지역이 5곳, 더불어민주당은 4곳이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단 한 곳의 우세지역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윤상현(남구을) 후보 등 일부 무소속 후보들은 앞서나가는 것으로 분류됐다.
■ 與 지지층 이탈 방지 안간힘
새누리당은 당초 인천 지역에서 야권의 분열과 상대적으로 앞선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박빙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공천 막바지 '옥쇄 투쟁'을 비롯한 계파 간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지지층 이탈 현상이 감지되면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실제 공천 파동 여파로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선거구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야권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도 얻지 못하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이 인천에서 우세 또는 박빙우세로 자체 판단한 지역구는 남갑(홍일표), 연수갑(정승연), 부평갑(정유섭), 서갑(이학재), 서을(황우여) 등 5곳이다.
반면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선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막말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는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해 건재를 과시했다. 중·동·강화·옹진에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안상수 후보도 새누리당 배준영 후보와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어 승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선거전 종반부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총력전 태세에 돌입했다. 동정심 유발을 위한 읍소 전략 등으로 이탈 표가 줄어들면 당 지지율이 야당에 비해 높은 만큼 경합지역에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 野 야권분열…막판 단일화 기대
야권은 인천에서 더민주와 정의당이 일찌감치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면서 어느 지역보다 야권연대의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국민의당과의 단일화엔 실패하면서 힘겨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 막판 연수을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가 성사 단계에 이르렀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일여다야(一與多野)' 불리한 선거구도가 굳어졌다.
더민주는 현역의원이 있는 선거구 6곳에도 못 미치는 4곳을 우세 또는 박빙우세로 꼽았다. 야권 분열로 인한 열악해진 선거 구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더민주가 인천에서 우세 또는 박빙 우세로 분류한 선거구는 남동갑(박남춘), 남동을(윤관석), 부평을(홍영표), 계양을(송영길) 등 4곳이다. 그나마 그동안 지역 민심을 다져온 현역의원들이 도전자를 맞아 자존심을 지키는 모양새다.
다른 야당 후보들은 국민의당은 현역의원인 문병호(부평갑) 후보가 경합인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의당도 더민주와의 후보 단일화로 두 곳에 후보를 냈지만 모두 열세다.
야권은 여당 지지층이 새누리당 공천 갈등으로 인해 이완되면서 재결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호재로 삼고 있다. 아울러 선거전 막판 일부 지역에서 단일화를 성사시켜 야권 지지층이 표를 몰아주는 쏠림현상이 일어나 극적 반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사표 발생으로 전망은 비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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