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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세월호 2주기, 정부 약속 점검해보니....

2014년 4월16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맹골수도 검은 바다 아래의 절망으로 빠트린 세월호 침몰 참사 5개월 뒤 정부가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이라는 것을 내놨다. 세월호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관리 지도·감독 체계를 혁신하고 안전관리 규제를 합리화하며 여객운송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부터 8개월이 흐르고 세월호 1주기를 하루 앞 둔 지난해 이맘 때 약속을 점검해보니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은 드물었다. 법과 제도의 개정, 예산, 이해관계 등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던 약속들이 수두룩했다.

그렇다면 2주기를 즈음한 현재는 어떨까. 결론부터 밝히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형 참사가 터진 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표는 했지만 이곳저곳 이해관계에 얽히고 난관에 봉착하면서 실제 도입됐거나 시행된 약속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상당수가 '여전히' 검토하고 있었고 추진 중이었다.

정부는 오히려 세월호 2주기가 다가오자, 지난 7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부랴부랴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연안여객선 안전대책'이란 것을 내놨다. 2014년 혁신 대책과 크게 다른 내용은 없이 진행상황만 나열한 뒤 이름만 바꾼 것이다.

정부가 실행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여론을 의식해 그 때 그 때 '꼼수'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파이낸셜뉴스는 내년 세월호 3주기에도 정부의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우선 해양수산부는 2014년 9월2일 '세월호 사고 재발방지 안전관리체계 전면 개편'을 발표하면서 '선박준공영제'를 약속했다.

낙도보조 항로와 취약항로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항로 30여곳은 안전관리 소홀, 선박 노후화, 선원고령화 등 여객선 안전에 미흡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노선 운영을 맡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경제 불황에다 나라살림 빈곤이 가중되면서 예산 확보에 실패, 결국 민간업체에 결손보상금을 지급하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정부가 매년 적자 운영되고 있는 여객선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100억원 규모다.

10일 해수부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운임요금을 더 받고 비수기에는 덜 받는 탄력운임제, 낙도보조 항로 최저가 입찰에서 가격 평가요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적정 운임을 유도하는 등 여객선사업자의 수익을 높여주면 안전관리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세월호의 침몰 원인 중 하나가 선박 검사의 부실에 있다고 보고 한국선급(KR)이 독점권을 갖고 있는 정부선박검사(국내 중·대형 선박의 안전검사) 대행권을 외국선사에게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 5개월 뒤 노르웨이·독일선급(DNV-GL), 영국선급(LR), 프랑스선급(BV) 등 후보회사 3곳 중 프랑스선급을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이 회사와 최종 협상을 마무리하려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40년 동안 유지되던 KR의 독점체계가 곧바로 깨질 것처럼 했지만 사살상 3년 가까이 느림보 협상을 통해 KR에게 독점적 지휘를 계속 주고 있는 셈이다.

선박 현대화를 위해 선사가 새 여객선을 구입할 때 필요한 자금 일부를 정부가 연 2% 안팎의 낮은 이자로 빌려주고 선사는 운항 수익으로 매년 원금을 갚도록 하는 '선박공동투자제'는 정부와 선사가 부담을 나눠 갖는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로 대체했다. 예산이 많이 든다는 게 이유다.

예컨대 1000억원짜리 카페리나 초쾌속 여객선을 건조할 경우 500억원은 현대화 펀드에서 저리로 빌리고 100억원은 선사부담, 400억원은 선박담보 대출로 충당하는 형식이다. 대출은 수익이 발생하면 선사가 돌려줘야 한다.

정부가 여기에 배정한 올해 예산은 100억원이다. 해수부는 펀드 운용 전문관리기관으로 세계로 선박금융(주)을 선정하고 이달 중 선박 건조를 희망하는 여객운송사업자를 공모할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시를 하려면 그 전에 20일간 행정예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늦춰졌다"면서 "조만간 업체 공모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객선사의 형편이 대체로 어려운 점, 정부가 확보한 펀드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점, 새 배를 건조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객운송사업자가 당장의 이익 대신 미래를 보고 선뜻 투자에 나설지는 장담할 수 없다.


국민들에게 선박 안전 지식을 전수하는 해양안전체험시설관은 최근에야 계획이 나왔다. 400억원들 들여 경기도 안산과 전남 진도에 2019년까지 건립한다는 게 골자다. 부산 영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추진 중인 선박종합비상훈련장의 완공 목표 시점은 올해 말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