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미국 은행규제 감독기관들은 5개 대형은행이 제출한 '정리의향서'를 대폭 수정할 것을 명령했다. 미국 거대 은행들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로 경제에 막대한 위험요소라는 대선 경선 주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규제당국마저 힘을 싣는 형국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JP모간,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뱅크오브뉴욕멜론,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5개 대형은행의 정리의향서가 믿을 만하지 않다면서 오는 10월 1일까지 정리의향서를 대폭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정리의향서는 2010년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 법안에 따라 은행들이 위기시 경제 전반에 혼란을 방지하고 구제금융 없이도 질서 있는 파산에 들어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비상계획으로, 주기적으로 당국에 제출하게 돼 있다.
연준과 FDIC는 만일 은행들이 재보완한 내용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자본확충, 레버리지 또는 유동성 확대 요구, 자산 또는 사업부문 매각 강제 등 더 엄중한 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머스 호닉 FDIC 부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은행들이 제출한) 각 계획에 결점 또는 결핍이 있다"며 "일부 은행이 진전을 보이긴 했지만 더 중요한 점은 파산을 겪을 때 질서 있는 방식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은행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제출한 정리의향서에 컴퓨터 모델 결함, 필요한 유동성에 대한 부적절한 추산, 위기 극복을 위해 요구되는 자본에 대한 의문스러운 추산, 파산 결정 시기 판단의 문제 등 다양한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호닉 부의장은 "결국 대마불사를 끝내고, 구제금융을 끝내 납세자를 보호한다는 목표는 단지 목표로만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정리의향서를 제출한 8개 대형은행 가운데 씨티그룹만 두 기관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씨티그룹도 비상계획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2개 기관 중 1곳에서만 합격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은행들의 큰 덩치가 장점도 많다면서 당국이 규모의 위험성만 강조하고 이 점을 무시한다면 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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