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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기업들이 국영기업 구조개혁, 경제 주도권 바뀌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실적부진에 빠진 대형 국영기업 구조개혁의 주요 조력자로 부상하고 있다. IT기업의 기수을 국영기업이 장악한 시장에 접목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취지다. 중국 경제에서 민간 IT기업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IT업체들이 국영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경영기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국영 광산기업 우쾅그룹 산하 우쾅발전의 전자상거래 사업부에 약 3억위안(약 529억86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WSJ는 우쾅그룹 핵심 계열사인 우쾅발전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사이트 '타오바오'와 비슷한 초보적인 온라인 철강거래 플랫폼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우쾅발전은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 약 40억위안의 손해를 봤다.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는 지난해 11월 중국 중신은행과 손잡고 '바이신은행'이라는 온라인 전용 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 중신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바이신은행은 바이두의 이용자 위치 및 행태 자료를 고객 신용위험 평가에 사용할 예정이다.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의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은 상하이시 정부가 소유한 상하이제약 전자상거래 사업부 지분 12.5%를 인수했다. JD닷컴은 이를 토대로 약국과 중소형 의료기관들이 참여하는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국영기업이 협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실적부진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본토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을 살펴보면 주로 국영기업들이 자리 잡은 에너지와 기초금속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8.3%, 46.3%씩 떨어졌다. 반면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는 IT 및 소비재 산업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39.8%, 16.4%씩 증가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가오펑어드바이저리의 에드워드 쩌 최고경영자(CEO)는 국영기업들이 "새로운 사업과 수익을 창출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낡은 사업모델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의 프랭크 리우 애널리스트는 "디지털 혁신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 갈수록 국영기업·IT기업 간의 협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은 이달 18일 '공업판 타오바오'로 불리는 기업간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파이커'를 정식 출범시켰다. 계열사와 협력업체등으로 시작된 산업용품 거래규모는 이미 130억위안을 넘어섰다. 시노펙측은 이파이커 가동에 필요한 클라우드컴퓨팅 기술 등을 알리바바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IT기업들 또한 국영기업과 협력에서 이윤을 얻고 있다.
포레스터에 의하면 중국 정부 및 기업들의 올해 IT관련 재화·서비스 구입액이 1470억달러(약 169조123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4년 1240억달러에서 15%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알리바바측은 우쾅발전과 협력에 대해 "광범위한 다른 산업군과 국내외 사업부문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