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급 레스토랑이 예약 부도(No-Show)가 논란인 가운데 병원 진료 예약 부도 또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일선 병원에서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병원 진료의 예약 선입금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의료계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병원 진료 예약 부도에 대한 대책 마련을 놓고 논의를 가졌다.
이날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무책임한 예약 취소로 인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적당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를 비일비재하다"면서 "현재 의료기관은 예약 환자에게 문자뿐만 아니라 전화까지 하고 있지만, 예약 취소 사례는 좀처럼 줄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일병원이 수술예약 후 내원하지 않거나 수술 당일 또는 전날에 갑자기 취소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2015년 1월~5월 기준 수술예약 위약률은 2.6%에 달했다. 중대한 치료를 앞둔 상태에서 수술방을 비워놓고, 관련 의료진이 대기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예약 부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김태경 제일병원 행정부원장은 "수술은 100% 예약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병원 수술실은 하루 전 예약 취소를 해도 준비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고, 특히 다른 사람에게 수술 기회를 뺏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반드시 예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예약 선입금'을 받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덕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정부가 의료기관의 예약 선입금 제도 도입을 강제로 시행할 수는 없다"며 "공정위는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예약 선입금을 받는다면 그것을 제한할 생각은 없으니 병원별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견표 소비자원 원장 역시 "의료계가 예약 위약률을 낮추기 위해 부적절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적당한 제한조치를 해 올바른 예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민응기 제일병원 병원장은 "항공, 기차 등 교통에서는 정착됐지만 사실 선입금 문제를 받는 것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매우 부담된다"면서 "정부에서 꾸준하게 올바른 예약 문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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