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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박차 가하는 靑.. '한은법 개정' 어렵다는 與野

청와대-정치권 '온도 차' "한은이 산은에 직접 출자"
청와대 한발 더 나갔지만 여야 한은법 개정에 신중
정치권, 김영란법 개정도 헌재 판결난 후 결정할듯

양적완화 박차 가하는 靑.. '한은법 개정' 어렵다는 與野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서의 후속 논의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적극 추진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강봉균 전 선대위원장과 조원동 전 경제정책본부장의 '작품'인 한국판 양적완화(QE)를 위한 한국은행법 개정안 처리의 경우 여야 모두 신중론을 펴고 있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與野 "헌재 결정 후 손질 의견 다수"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란법의 경우 일단 여야 모두 헌법소원이 제기된 만큼 헌재 결정을 보고 난 이후에 정책적 스탠스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법리적 해석이 나온 뒤 국회 차원의 법안 개정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영란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오는 9월부터 시행되며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 법이다.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황이니 헌재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면 국회가 나서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에서 내수진작을 유도하고 '엄격한' 법 적용으로 자칫 경기회복 분위기에 역행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 차원에서 구체적 기준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은 "법이 시행되면 내수경기가 위축돼 농·수·축산 농가 등 서민만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에 집착해 헌법 원리에 어긋나고 사회.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이 이뤄진 것으로, 20대 국회에서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행령 선물 허용기준 상향되나

야권은 법 개정보다 구체적인 정부 차원의 시행령이 나오고 실질 이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 한해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 전 개정을 추진하기보다는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및 전통시장, 영세 소상공인 업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내수진작을 감안해 선물 허용액 기준치 등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회 차원의 법 개정보다는 다양한 기준이 망라되는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가 피해예상 업계 등의 현황을 파악해 이를 반영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김영란법 제8조3항2호로,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부조 목적으로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허용 금액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으면 내수위축 우려가 크고, 너무 높게 잡으면 비리와 부정부패를 막자는 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익위원회가 시행령의 구체적인 금액기준을 검토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언급을 볼 때 내수진작 차원에서 시행령에서 허용하는 선물 금액기준이 예상보다 상향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액구간 설정에 따라 선물에 사용되는 농·수·축산물의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미 전국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날 약자를 위해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법 개정 압박도 커지고 있어 국회의 법안 개정 여부가 주목된다.

■여야 한국판 양적완화에 부정적…한은법 개정 난항 예고

박 대통령이 긍정적 추진 의사를 밝힌 '한국형 양적완화'를 위한 한은법 개정안의 경우 여야 모두 신중한 입장이어서 다시 한번 청와대와 국회의 대립각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산은채 등을 직접 매입하게 함으로써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한편 가계부채 상환을 장기분할로 돌려 가계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산은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고, 주금공이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으로 3∼5년인 가계부채 만기를 20년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긍정 추진 의사에 힘입어 6월 초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기획재정부 주도로 정부 입법 발의하거나 의원입법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청와대, "한은이 산은에 직접 출자"

청와대는 내친김에 한은법 개정안에 한은이 산은에도 직접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넣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양적완화 방법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채권을 인수하는 방법이 있고,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에) 직접 출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산은의 산업금융채권을 인수토록 한은법을 개정하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은이 기존 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에도 출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산은이 자본력을 확충하게 되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처리할 여력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여당 내부는 물론 야권에서 양적완화의 효과에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한은법 개정에 부정적이어서 법안 통과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더민주 윤호중 의원은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의식해 한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대했다. 국민의당 측도 중앙은행의 독립성 약화와 함께 양적완화 추진이 투명성과 책임성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반대 입장이 많은 편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