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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약산업 육성, 약가제도 개선 먼저

[기자수첩] 제약산업 육성, 약가제도 개선 먼저

한미약품에 이은 셀트리온의 '성공신화' 효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제약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국민보건에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도 불법 리베이트 관행 등으로 인해 '미운 오리'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놓는 데 이들 두 기업이 큰 역할을 했다. 인식을 바꾼 것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산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다각적으로 제약산업 띄우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펀드를 통해 제약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자금 지원과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R&D 투자비에 대한 각종 세금을 면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미운 오리'가 하루 아침에 '황금알 낳는 거위' 대접을 받게 됐다.

정부가 나서서 온갖 당근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제약업체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그 이유는 인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행 불합리한 약가제도를 손질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라고 보기 때문이다. 엄청난 리스크를 무릅쓰고 신약이나 신기술을 개발해 봤자 약가규제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니 아무리 좋은 지원정책이 무슨 소용이겠냐는 것이다. 제약업계가 약가제도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지난 2006년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명분으로 약가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 리스트)를 도입하면서 시작된 제약업계의 제도개선 요구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한 것이 없다. 인위적으로 약가를 낮추면 건보료 부담이 낮아지고 이것이 건보재정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동안 되레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의약품 사용량 약가연동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약가 일괄인하, 처방.제조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 위험분담제까지 제약산업 발전을 옥죄는 다양한 방법의 약가규제가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약가제도를 두고 외국의 제약산업 전문가들은 '뷔페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신약의 혁신성을 인정해주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에만 집착한 현행 약가제도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퇴보시킬 뿐 아니라 국산 신약의 해외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받은 저렴한 약가로 인해 해외에서도 제대로된 약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은 제약산업 전반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마침 정부는 제약업계의 지속적인 약가제도 개선 요구에 약가제도협의회를 구성하고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위상도 달라졌다. 정부 당국은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산업이라는 큰 틀에서 제약산업 발전과 약가제도 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