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여력 없는 기초지자체 앞으로 지역 사업 못벌여
9개 대규모투자 차질 우려.. 광역시 변경 등 떠미는 격
【 수원=장충식 기자】 "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은 자치단체의 특수한 행정수요를 무시한 획일적 발상으로,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사진)이 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 움직임에 강력 반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수원시 뿐만 아니라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 고양시, 화성시, 과천시 등 광역단체급 6개 기초지자체의 연대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염 시장은 최근 언론은 물론, 시민들을 상대로 정부 지방재정제도 개편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염 시장은 "정부의 추진 방향대로 지방재정제도 시행령을 바꾸면 수원시는 재정 여력이 없어져 앞으로 자체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 문제는 자기 곳간을 덜어내는 일로, 눈뜨고 당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지방재정제도 개편 추진 방안은 지난달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2018년부터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 내외를 도세로 전환하고 이를 시.군에 재분배하며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등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는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럴 경우 수원시는 지난해 기준 조정교부금 863억원과 법인지방소득세 936억원 등 1799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증발한다. 지난해 수원시 예산의 9.56%에 달하는 금액으로, 자체 사업인 컨벤션센터 조성이나 산업단지 조성 등 9개의 대규모 투자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염 시장은 "정부는 지방소비세율을 11%에서 16%로 올리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일부 지자체의 복지 정책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좀 나은 곳의 돈을 뺏아 그렇지 않은 곳에 주겠다는 것은 지자체를 이간질하는 옹졸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 시민적 기구로 '수원 곳간 지키기 비상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정부의 불합리한 간섭에 대응하고 경기지역 6개 도시와 연계해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염 시장은 이와 함께 지방재정제도 개편 대응으로 수원시의 광역시 승격을 추진하는 방안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인구 100만을 넘겨 광역시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춘 수원시가 기초지자체라는 이유로 받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염 시장은 울산광역시를 예로 들며 "인구가 수원시보다 적은 울산 등 광역시에 비해 이미 예산이나 행정조직면에서 불이익을 받는 가운데 이번 개혁안에 따른 피해마저 감수하라는 것은 수원시에 광역시로 가라고 등 떠미는 격"이라며 "정부가 지방재정제도 개편안을 밀어붙이면 광역시로 가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수원시의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118만명으로,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고 광역시인 울산 117만명 보다도 많다. 광역시로 승격되면 도세 등을 내지 않아도 돼 세수가 증가하고 재정 자율성과 각종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광역시 설치에 관한 특별규정은 없지만 통상 인구 100만명을 기준으로 광역시가 설치될 수 있다.
수원시의 이같은 대응은 인근 지역인 성남시와 용인시 등 인구 100만명에 근접한 대도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염 시장은 "광역시에 준하는 규모에도 기초단체라는 이유로 많은 분야에서 불평등한 제한을 받았다"며 "해당 조항의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행자부 장관 면담, 시민단체, 학회 전문가 등과 공동대응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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