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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 릴레이 인터뷰(3)] 비토 주디치, 맥킨지 아시아 뱅킹 총괄 "선진국 모방은 금물.. 한국형 핀테크 성공 모델 만들어야"

은행이 나아갈 방향, 기존 은행 사라지지 않고 생존 위한 '변화' 택해야
자산관리 무료 제공 대신 더 많은 수익제공 주력을
한국 시장 전망은.. 한국 경제 인프라 건실.. 정부 규제 뒷받침 절실
인터넷전문은행 '가시권'.. 디지털뱅킹 맞춰 변화를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 릴레이 인터뷰(3)] 비토 주디치, 맥킨지 아시아 뱅킹 총괄 "선진국 모방은 금물.. 한국형 핀테크 성공 모델 만들어야"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의 비토 주디치 아시아뱅킹 총괄이 지난달 27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은행이 디지털뱅킹 시대를 맞아 '종말'하기보다 '진화'하는 쪽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박범준 기자

"글로벌 은행의 핀테크 성공 모델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안 된다. '변화(진화)'와 '새로운 가치'를 더해 한국형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비토 주디치 아시아 뱅킹 총괄은 한국이 과거 제조업 시대 성공을 이뤘던 '카피캣 전략'으로는 디지털뱅킹 시대에서 승자가 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1996년 맥킨지에 입사해 유럽·북미 지역을 거쳐 2013년부터 일본에 거주하며 전 세계 선진금융을 체험한 그는 은행이 '종말'로 가기보다 '진화'하는 쪽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디치는 '핀테크발 혁명'과 같은 급진적 변화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이 대형 자본을 가진 은행을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은행들의 혁신에 핀테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기존 은행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으로 '변화'를 꼽았다. 핀테크가 기존 은행들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거나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도 기존 은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단 핀테크에 은행업의 일정 부분을 내주고 특화하거나 진화할 것이다. 단순한 업무를 하는 은행원은 일자리를 잃고, 특화된 기술이 있는 사람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은행 매출과 이자 수익이 줄고 있지만 자산관리 등 수수료 분야에서 새롭게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한국은 산업 인프라, 규제, 금융소비자의 눈높이 등이 다른 국가와 다른 만큼 글로벌 은행의 성공 모델보다 한국형 성공 방정식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국내의 경우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있고, 이웃한 일본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2000년)이 16년 이상 뒤처져 있다. 반면 기존 대형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주디치는 "현재 한국에서 공짜로 이뤄지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수익)를 안겨주면 고객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통신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 돈을 내는 것처럼 금융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하고, 동시에 은행도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은행산업의 강점으로 삼성, LG 같은 글로벌 기업과 구매력이 있는 개인이 견실한 경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점을 꼽았다. 반면 약점으로는 해외 은행(미국, 유럽) 대비 낮은 수익률과 혁신에 보수적인 것을 꼽았다.

정부 규제에 대해 그는 '옳고 그름'의 이분법 대신 산업과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규제는 금융산업이 잘 돌아가게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기술과 산업, 서비스, 소비자가 변하는 것처럼 규제도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

KT와 카카오가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리적으로 연내 출범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탈리아, 중국, 대만 등에서 이미 수년 전에 1년 혹은 8개월 정도 준비기간을 거쳐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사례가 있다"며 "예측이 아니라 실제로도 해외 사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핀테크 업체,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 기존 글로벌 은행의 진화 등 각종 위기요소가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현재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뱅킹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