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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오바마, 日 히로시마 방문 '파장'

"美 자존감 못지킨 굴욕적 외교" 보수층 반발
전쟁 가해자 日, 오히려 '피해자' 왜곡 우려도

【 서울.뉴욕=정상균 기자 정지원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이자 2차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투하한 이후 71년 만이다. 하지만 미국의 자존감을 지키지 못한 '사과 외교'라는 주장이 미 보수층으로부터 제기되고 있어 미국내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일본 언론이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가능성을 잇따라 보도했지만 미국 백악관은 확정이 임박할 때까지 방문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었다. 양국 정부는 오바마 임기 마지막해인 이번이 상징적인 히로시마 방문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물밑 접촉을 벌여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선언하고 그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오바마의 약속을 7년만에 방점을 찍는 것이라고 일본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을 "일-미동맹을 과시할 기회"라고 평가하며 1면에 대서 특필했다. 그러나 우려되는 바도 크다. 전쟁 가해자인 일본으로서 오바마의 방문이 과거사를 청산하고 자신들도 '전쟁의 피해자'라는 의미를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정부는 공동 발표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정부는 "이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을 강조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6, 27일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후 아베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백악관은 "오바마의 방문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한 것에 대한 사과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했던 유일한 나라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 양국 간의 강력한 이해가 있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모든 (원폭) 희생자들을 양국이 함께 추도하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결의를 보여주는 것은 다음 세대에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답방 차원에서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은 선전포고없이 1941년 12월 8일(일본시간) 진주만에 미군 태평양함대를 기습 공격했다.

한편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원폭 투하가 불가피했다는 미국 주류의 전통적 시각에서 볼 때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자체는 미국의 과오 인정으로 연결될 수 있어 보수층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