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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고용보험법 처리, 한시가 급하다

대량감원 발등에 떨어진 불.. 與, 4법 패키지 고집 버려야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공중에 붕 떴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원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으나 노동개혁 4법은 손도 대지 못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4법 중 하나다. 이대로 가면 고용보험법은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5월 말 20대 국회가 문을 열어도 여야가 현행 전략을 고수하는 한 고용보험법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해운업계 종사자들로선 속이 새까맣게 탈 노릇이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실업자를 위한 대책이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게 더 많이, 더 오래 실업급여를 주는 게 골자다. 개정안은 실업급여액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였다. 이 덕에 지금은 한달 최대 130만원을 받지만 법이 개정되면 1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도 현행 90∼240일에서 120∼270일로 30일 늘어난다. 전체적으로 1인당 평균 지급액이 지난해 약 50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높아진다. 한 푼이 아쉬운 실업자들에겐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회가 걸림돌이다. 먼저 여당을 보자.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4법의 패키지 통과를 고집한다. 4법이란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중 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 개정에 대해선 여야 간 이견이 없다.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파견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다른 법도 손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일종의 끼워팔기다.

이는 잘못이다. 실업자 대책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파견법과 고용보험법을 놓고 주고받기식 거래를 할 때가 아니란 얘기다.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한 방 먹었다. 민심을 외면한, 구태의연한 정략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노동 4법 중 고용보험법이라도 우선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야당도 새누리당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원래 박근혜정부는 노동 5법의 일괄처리를 추진했으나 최대 쟁점인 기간제법 개정을 양보했다. 반면 야당은 파견법에 반대만 할 뿐 하나도 양보한 게 없다. 이는 4.13 총선의 지상명령인 협치 정신과 어긋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야당도 국정운영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의 실업자 대책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조선.해운 등 고용 사정이 갑자기 나빠진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또 지역의 실업자 수가 전체 근로자의 5%를 넘으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다. 조선소가 밀집한 경남 거제가 후보가 될 수 있다.
고용보험법은 특정 업종.지역이 아니라 실업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장 피부에 와닿는 혜택이다. 사회안전망 확충은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이다. 새누리당, 나아가 국회는 행동으로 '민생 최우선' 다짐을 실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