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외면하던 버핏, 애플 11억달러 전격 매수
애플 최고 외치던 아이칸, 실적 악화에 전량 매도
투자의 귀재로 널리 알려진 워런 버핏과 칼 아이칸이 애플 주식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버핏은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반면 아이칸은 보유한 애플 주식 전량을 최근 내다팔았다. 시장에서는 버핏은 애플의 장기 성장성을, 아이칸은 단기적으로 어두워진 애플의 실적 전망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투자전략을 편 것으로 분석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날 당국에 제출한 공시자료에서 3월 말 현재 애플 주식 981만주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10억7000만달러(약 1조2540억원)어치 규모다.
버핏은 4년 전만 해도 애플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는 어떻게 가치를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대주주가 된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전통적으로 기술주보다는 크래프트하인즈, 코카콜라, 웰스파고 같은 소비재주 위주로 투자를 해왔다. 애플주 매입은 버핏의 투자관행으로 봤을 때는 이례적인 것이다.
버핏은 2011년 IBM 주식을 사들이면서 IT 투자를 개시했지만 애플 주식은 꺼려왔다. 그는 4년 전인 2012년 5월 그 이유에 대해 "IMB이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서는 잘못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면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의 대규모 투자에도 애플의 실적은 어둡다. 3월 말 마감한 2.4 회계분기에 아이폰 매출 감소 등 우울한 실적을 내놓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는 애플의 순이익은 올 회계연도 1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는 애플이 보유 중인 2330억달러의 현금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연 11.3%의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버핏이 애플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이날 애플 주가는 3.5% 급등해 주당 93.65달러로 올랐다. 애플 주가는 지난달 중순 실적 악화 뒤 13% 하락했다.
'가치 투자자'로 유명한 버핏의 투자는 애플이 단순히 성장 가능성만으로 무장한 기술주에서 벗어나 장기투자가 가능한 '가치주'로 도약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애플이 예측가능한 탄탄한 현금흐름을 확보했다고 버핏이 판단한 셈이다.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 도닐 도라들라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고속성장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 저성장 시장으로 들어섰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은 아닐지라도 합리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4분기에 약 7억달러규모의 애플 주식 700만주를 매각한 아이칸이 올해 들어 투자 포지션을 모두 정리한 것이다. 매각 규모는 약 50억달러로 추산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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