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권모씨(54·여)는 최근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권씨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음식과 함께 술을 판 것이 화근이었다.
권씨의 식당을 주로 찾는 사람들은 추풍령휴게소에서 쉬어가는 화물차운전자들이다. 권씨는 휴게소 근처에 봉고차를 주차해 놓고 있다가 화물차 운전기사들을 차에 태워 식당으로 데려오는 방식으로 영업했다.
휴게소 식당을 놔두고 화물차 기사들이 1km씩이나 떨어진 권씨 식당을 찾는 이유는 밥과 함께 술도 마실 수 있다는 것.
권씨는 오래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영업해오고 있었고 그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날도 권씨는 평소 때처럼 운전기사들에게 음식과 함께 술을 팔다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됐다. 권씨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가다 그만 음주운전으로 고속도로 순찰대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는 0.079%로 면허정지 수준. 경찰은 “음주운전이 명백한 상황에서 술을 팔았다”며 권씨도 함께 적발, 수사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운전자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적발된 것은 사실상 권씨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찰과 검찰은 지난달 25일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강화방침’을 밝히고 “음주운전자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술을 판 식당업주 등도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찰은 “권씨 외에도 추풍령휴게소 근방 식당 서너곳이 이런 방식으로 운전자들에게 술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암암리에 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하는 휴게소 근처 업주는 음주운전의 방조범으로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 권씨가 적발된 직후 인근의 또 다른 식당업주 윤모씨(62·여)도 화물차운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음주운전 방조범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윤씨 역시 봉고차로 휴게소에서 운전기사를 데리고 와 술과 음식을 팔았고 식당을 나선 운전기사가 차를 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운전기사의 혈중알콜농도는 면허취소수준인 0.103%였다.
‘방조범(幇助犯)’이란 범죄의 결심이나 실행을 용이하게 해준 범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행 형법은 주범의 2분의1 수준에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윤씨와 권씨에게 음주운전 방조범 적용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손님을 데려왔기 때문에 운전기사가 직업이라는 점과 술을 마신 뒤 곧바로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차량을 이용해 식당으로 데려왔고 음식을 먹은 뒤에는 다시 휴게소까지 데려가는 등 영업을 위한 활동이 실제로는 음주운전을 용이하게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방조범의 요건을 충족시켰다는 판단이다.
화물차 운전기사 등 직업 운전자들의 음주운전은 일반인들의 경우보다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속의 필요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간 ‘음주운전자에게 술을 판 식당업주’를 음주운전 방조범으로 처벌키로 한 경찰과 검찰 방침에 비판적이던 법조계도 윤씨와 권씨의 사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도한 형벌의 확장이라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변호사들은 “유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어서 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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