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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가 부하를 '케이블 타이'로 묶어 가혹행위

가혹행위 근절해야 할 간부가 부하들을 괴롭히는 '황당사건'

최전방 부대의 초급장교가 부하를 케이블 타이(플라스틱 재질의 결박용 끈)로 묶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육군 관계자는 2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4월말 국방헬프콜을 통해 가혹행위 사실이 접수돼 현재 군 수사기관 조사이며, 해당 부대는 부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동부전선에 복무 중인 가해자 A중위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B상병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A 중위는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B상병의 가슴을 밀치거나 욕설을 퍼부었고 왕따시키기도 했다"면서 "이에 B상병이 지난달 25일 병영 내 고충 상담을 위해 국방부가 운영하고 있는 '국방 헬프콜'에 이를 신고해 가혹행위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A중위는 2014년에도 C상병 의 손목과 발목을 케이블 타이로 결박하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도 A중위는 찬물을 바닥에 끼얹어 미끄럽게 한 뒤 C상병이 뒤뚱거리다 넘어지면 욕설을 하는 등 가혹행위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 A중위를 상대로 사단 헌병대가 조사를 벌였고 일부 혐의를 본인이 인정 했다”고 말했다.

A 중위는 '직권남용에 의한 가혹행위 혐의'로 군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군사법원이 기각해 일각에서는 '문제장교를 군이 두둔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24일 파이낸셜 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군 형법 62조는 ‘직권을 남용해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군 당국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본인의 행위를 시인했다는 점을 참작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번 사건을 (장교 한명의) 개인 사건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직위를 이용해 벌어지는 군대 내 가혹행위는 군 시스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B상병이 올 초부터 도움·배려가 필요한 병사로 판정을 받고, 지난 3월 타 부대로 옮긴 것'과 관련해 임 소장은 "피해자와 피의자를 분리시키는 것은 맞지만, 지위 감독권자가 피해 병사를 문제병사로 낙인찍어 타부대로 보내는 것은 책임을 면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 장교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 가해장교는 GP장과 GOP장 등 소대장으로 가혹행위와 구타를 근절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가혹행위를 해 일각에서는 '우리 군의 간부 양성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육군 관계자는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2년여간 군의 노력에 먹칠을 한 행동"이라며 "군도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엄격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추가 수사를 진행후 영장 신청을 재검토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