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소장 정문수)는 최근 인문한국(HK)지원사업 '해항도시의 문화교섭학' 기획총서 시리즈 중의 하나인 '현대 해항도시의 이론과 실제 : 분권과 자치의 정치경제학'(우양호 저ㆍ도서출판 선인ㆍ사진)를 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소는 기존의 국가 중심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학문적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바다를 중심에 놓고 해항도시에 초점을 두면서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화교섭 현상에 주목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인문한국(HK) 연구인력과 연구소의 중요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고 소개하는 것을 핵심사업 중 하나로 두고 있다.
우양호 한국해양대 HK교수는 사회과학 전공자로 지난 8년 동안 한국해양대에서 '해항도시 문화교섭학' 주제를 일관되게 연구해 왔다.
우선 저자는 21세기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바다 중심의 글로벌 이슈나 각종 사건들이 기성학문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것들임을 주목한다. 문제는 이것들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나 일상과도 관련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기성이론이나 접근방식에서 가정하는 것과는 다른 정반대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찾는다. 저자는 기존의 국민국가적 발상과 육지적 관점에서 출발하여, 해양적 사고와 바다를 면한 도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든다.
이 책에서 다루는 현대 해항도시(海港都市)의 의미는 정치·경제적으로는 자율과 분권, 자치와 상생의 가치가 내재하는 공공적 공간이다. 사회·문화적으로 현대 해항도시는 국가를 초월한 교류와 질서의 확대 속에서 사람과 문화의 접촉과 공유가 이뤄지는 다원적 공간이다.
해항도시는 분명 육지도시와는 다른 과거와 현재를 가지고 있으며, 도시구조에 내재된 상리공생의 경험과 보편적 가치관을 확인하고 그것을 오늘의 현장으로 생환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 해항도시를 설명하는 이론을 구성하고 그 실제를 증명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해항도시를 구성하는 주체의 측면에서는 자율과 협치적 문화의 생산 및 재생산 과정에 대해 검토했다. 구조의 측면에서는 공존과 혁신이 가능한 공간의 생성과 나아갈 방향을 설명한다. 오늘날 해항도시 특유의 보편적 실체를 설명하는 '분권과 자치의 정치경제학'은 인간과 집단이 어떠한 정치적 동기나 사회적 의도 하에서 결정을 내리고 다시 이것이 그 도시공간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해항도시(海港都市)는 기존의 국가중심적, 육지중심적 도시이론에는 분명 없던 용어이다. 저자는 일반화와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학문의 본질이고 기존에 없던 현상에 대한 올바른 처방전을 만드는 것 또한 학자의 무거운 책임으로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오늘날 해항도시가 가진 실체에 대하여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책이 필요했고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 해항도시가 가진 현실문제들의 상호 유사성과 공통성을 모색하는 유니버설리즘(universalism) 관점을 기반으로 많은 이들의 다각적인 논의와 토론의 출발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특정한 도시들이나 지역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다와 도시에 관한 근원적인 학문발전의 초석이 되고, 나아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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